때로는 미친척이라도 해야지
때때로 무료할땐 미친척이라도 하는게 더 효과적이었다.
해서, 엉덩이를 흔들기도 하고 때론 가곡으로부터 뽕작에다 찬송가까지
부르고나면 스트레쓰도 가라앉고 기분도 훨 나았다.
사무실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불과 20분정도면 충분하였다.
물론 예전에는 산이 지척에 있었기 때문에 봄/여름 /가을/겨울에도
새소리를 들으면 잠을 깼지만 도심 한복판으로 이사를 하고부터는
맨날 듣는게 과일이나 생선파는 아짐씨 아자씨들의 마이크 소리에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처음엔 그게 좀처럼 적응이 잘 안되어서 짜증도 나고 신갱질도 났지만
그것도 이젠 어느정도 이력이 났는지 저거야 씨부리던지 말던지 내버려두고
잠만 콜콜 잘 잤다.
한데 누군가 인간을 환경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요새는 그 마이크 소리도 조금은 친근해졌나보다.
자세히 귀담아 들어보니 장사들 마다 음성도 다 다르고 하는 짓도
다 달랐다.
더구나 맨트까지 다 달랐다.
해서, 일부러 맨트를 주의깊게 들어봤더니 의외로 너무 잼있었다.
언 아자씨는
존경하는 애국 동포시민 여러분 .....................
방금 울릉도로부터 오징어가 왔습니다 하고 아주 거창하게 시작하였다.
그런가 하면 언 아찜씨는
꿀이 졸졸 흐르는 밀양얼음골 꿀사과. 꿀사과가 가 왔십니더
얼릉 얼릉 오이소이.................... 하고 또 사람의 구미를 살살 건드렸다.
사과장사가 한바탕 떠들고 지나가고 나면 어느새 고기장수가 고개를 실 내밀었다.
제주도에서 방금 도착한 싱싱한 갈치가 왔심더
싸게싸게 줍니더 퍼뜩오이소이 ,,,,,,,,,해사면서 또 읍소작전을 펼쳤다.
가만히 들어보면 들어볼수록 그게 넘 재미있었다.
물론 약간의 과장도 섞였지만 억양과 말투가 전혀 밉지 않은게 너무 신기했다.
.따지고 보면 사람사는게 별 것이 아닌데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고 살려니 그게 좀 피곤해서 그렇지
그냥 마음비우고 요렇게 뺑뺑이 돌듯이 미친척하고 노래도 부르고
고함도 지르면 지나나나 실속이 없어서 그렇지 세월은 잘 갔다.
'아침에 쓰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에 쓰는 일기 258/ 너무 싸다 (0) | 2006.12.22 |
---|---|
아침에 쓰는 일기 256/동백아가씨가 따로없네 (0) | 2006.12.20 |
아침에 쓰는 일기 254/ 시골집 밥상 (0) | 2006.12.18 |
아침에 쓰는 일기 253/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남긴 흔적들 (0) | 2006.12.17 |
아침에 쓰는 일기 252/ 누이 좋고 매부 좋고 (0) | 2006.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