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256/동백아가씨가 따로없네

커피앤레인 2006. 12. 20. 01:40

 

20614

 

동백아가씨가 따로없네

 

 

 

가끔은  이 직업이 맞는지 회의가 들었다.

처음 이 직업을 선택했을 때만도 어린 소견에 한 여름 내내

사람들이 땡볕에서 쉬지도 않고 일하는걸 보고

이 놈은 저러지는 않아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막상 이 바닥에 나와보니 노가다에게는 여름도 겨울도 없었다.

 

 

 한겨울 매서운 삭풍이 불어도 공사판이 벌어지면 어김없이

새벽이던지 밤이던지 나가야했다.

공기(工期)라도 쫒기면 하는 수 없이 야간작업도 서슴치 않아야했다.

한데 야간작업은 실상은 별로 득이되지않았다.

능률도 안오를뿐 아니라 일꾼들도 무지 싫어했다. 

형편이 그렇다보니 나혼자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 누워있을 수도 없었다.

같이 날밤을 새우며 독려도 하고 격려도 하며 일꾼들을 이끌어가야했다.

 

때로는  혼자 남아 내일 일을 준비하기도 하였다.

언 놈은  한푼이라도 돈을 아낀다고 지도 한대가리하며 삽을 들었지만

난 전혀 그런 체질도 아니고 성격도 아니었다. 

단지 책임감 때문인데 현장이 제대로 정리가 되어 있지않으면

처음으로 투입되는 일꾼들은 일꾼들대로 기분이 그랬고 

난 나대로 신경이 곤두섰다. 

해서,때로는 날밤을 새우며 현장정리도 하고 자재도 나르고 뒷치닥거리도 했는데 

그러다보니 누가 잡부이고 누가 사장인지 도무지 구분이 않되었다.

 

 

 

젊은 날엔 그래도 돈 많이 벌면 한 여름 1개월 /한 겨울 1개월은

반드시 해외에 나가서 조용히 쉬겠다고  꿈을 꾸었는데

공사란게 제마음대로 그렇게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하지만 배운 도둑질이라고는 이것 뿐이다 보니

열두번도 더 마 치아뿌라.................하고 내던지고 싶었지만

일거리만 들어오면 아편쟁이 아편 맞듯이 내 언제 그런말 했노?하고

엉덩이부터 들썩들썩했다.

 

오늘은 모처럼 후배도 있고해서  

-야 오늘밤엔  내 하나님한테

처음으로 콤프레인 (Complane )좀 할라는데 어떻노 했더니

요새 이게 은혜를 좀 받았는지 

-뭐라고 할낀데예하고 가찮다는듯이 사람을 빤히 쳐다봤다.물었다.

 

 

-뭐라하긴

하나님요 내가 아는 어느 할매가 그라는데요

용한 점쟁이말로는 내가 절에 가서 세번만 부처님께 절하면 부우자 된다하던데 ....

하나님은 우찌 생각합니꺼?

솔직히 말해서 내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부자는 고사하고 쪽박도 못찰 것 같습니다.

하나님 아무리 믿어봐야 부자되기는 틀린 것 같고

이참에 마  절로 갈랍니다....................하면

하나님이  뺑돌아뿌리겠나?

-아이고 선배님도

그것도 말이라고 합니꺼

-와 ?

뭐라할것 같은데

-뭐라하긴예

그건 선배님이 더잘 알낀데

-내가?

 

 

설마 하나님이 절마 저거 요새 견적인가 뭔가 넣어놓고

왔다리 갔다리하면서 기다리더니 드디어 돌아뿌렸는가베 하겠나 ?

아니면 불쌍하다고 미운 놈 떡하나 더 주듯이 눈 먼 공사라도 하나 주겠나?

-그러다가 제명에 못사는 사람도 여럿있던데예

-그렇나? 그럼 공갈도 안통하는가베

-마 할말만 하이소.............

 

일이란게 그랬다. 

수주가 들어올려하면 한꺼번에 들어와 사람 허파를 뒤집었고

안들어올땐 사흘 굶은 시어미처럼 새초롬해가지고 사람을 괴롭혔다.

건축도 좋고 예술도 좋지만 허구한 날 견걱만 내어놓고 기다리려니

내가 동백아가씨도 아니고

우짜다가 이런 직업을 택해 고생하는지는 모르지만 

처음부터 백구두 신고 밤무대 가수로 나갔으면 .................

오빠오빠...........하고 따라올 년이 엄청 많았을건데

모르긴 몰라도 원래 남의 집 떡이 더 커보이고

남의 집 여편네가 더 근사해 보인다고

살아보지않고는 아무도 그 심정을 모르듯이

그 집구석도 안에 들어가보면 고민이 많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