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 /2
by j.i.woo
건어물 상회 꼼장어 집들이 즐비히 늘어선
자갈치 시장은
초저녁부터 하루를 떨이했다
파장할 시간이 가까워 오자
난장에서만 살아온 큰 애미는
조개살을 끌어안은체 애가 타는지
휑한 바람소리에도
괜스리 소쿠리를 들었다 놓았다하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오늘 들어온 홍합은 참 좋다
값도 싸고........
마 한소쿠리 사가소 ,,,,,,,,,,,,,,,,,,,하는 소리 저 너머
오늘따라 시집간 큰 딸년이 유난스레 눈에 밟혔다
늙수룩한 사내 옆으로
소주 한잔에 밥 말아먹은 젊은 아낙이
힐끗 자갈치 아짐씨를 쳐다보다 말고
그냥 획 지나친다
-새이야
이번 동지는 애기 동지라 하제
-그렇다고 하더만
와 ?팥죽은 쉈나
-팥죽은 몬 팥죽
-안그래도 울 시애미도 봉지봉지
팥이랑 찹쌀일랑 보낸다하던데 그냥 놔두라했다
말이야 고맙지만 그것 만들새가 오데 있노
-그렇제
새이나 나나 요짓 안하믄 모를까
우리 평생엔 팥죽 다 해묵었다 ㅎㅎㅎ
-그나저나 요 가시나는 와 안오노
팥죽 쒀 가지고 온다한지가 온젠데
-와 누가 온다했나
-그냥 해 본 소리다
큰 애미 눈가에 비로소 눈물이 핑그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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