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278/ 바람도 병인갑다

커피앤레인 2007. 1. 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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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병인갑다

 

 

 

 

바람이란 참 좋은거야.................하고 시를 쓴 여인이 윤덕숙시인이었던가? 

겨울햇살이 비치는 부산역 광장은 오늘따라 더 휑해보였다.

매년 봄/ 여름/ 가을/ 겨울이면  

바닷가를 찾아오는 사람.자갈치 구경을 하고 싶은 사람.

부산 국제영화제를 찾는 매니아와  겨울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대었는데

이른 아침이라그런지 잠에서 깬 노숙자들만 어슬렁어슬렁거렸다. 

이런날 나는 또 생뚱맞게도 샤르뜨르를 생각했고 솔제니친의 이반데니소비치를 생각했다.

.

살다보면 간혹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있었다. 

때문에  이곳에만 오면 언제든지 떠날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지

일부러라도 부산역 광장을 휘둘러보았다. 

한데 오늘 아침은 그 흔한 여인의 향수조차도 맡지못할 정도로 한산했다.

 

해서. 그런걸까?

갑자기 바람이란게 도대체 뭘까하고..................이리저리 생각해보니

의외로 바람이란 것도 종류가 엄청 많았다. 

이 놈처럼 시도때도 없이 어딘가 가고 싶은 바람은 역마살 바람이었고

언 년이나 언 놈하고 눈이 맞아 도망간 것들은 불륜이라는 바람이었고

여름철 산 위에서 부는 그 바람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바람이었고

겨울철 삭풍은 살을 에는듯한 미운 시어머니바람이었다.

한데 간혹 옆구리가 시린 그 바람은 도대체 무슨 바람일까?

 

평생 혼자 살다간 키에케고르는  약혼을 하고도 파혼을 했다는데 

그럼 왜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한다고 했을까  ,,,

우찌보면 참 현명한 사람 같기도 하고 우찌보면 좀 멍청한 것 같기도 한데

이래도 후회하고 저래도 후회 할바엔 먹고 죽은 놈은 땟갈도 좋다는데

한번 해보고나 후회하지.....................

누군가 그랬다.

이 세상은 All or Nothing으로만 해답할 수 없는 게 넘 많은 동네라고............

그래.그게 정답일게다.

 

 

그나저나 스케취도 해야하고 견적도 내야하는데 그 놈의 바람이 또 실실 날려고그러나.

생뚱맞게 여자 분냄새가 그립고 시골풍광이 어른거리고  

의자에 엉덩이가 붙어있어도 자꾸만 들썩들썩하는지 .................

바람도 병인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