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299/ 상상은 자유라고 했던가

커피앤레인 2007. 2. 2. 12:40

 

21850

 

 

상상은 자유라고 했던가

 

 

 

 상상 속의 집은 언제나 재미가 있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않고 구애도 받지않고

내 멋대로 그리기도 하고 허물기도 하고

그러다가 색갈도 이것저것 칠해보기도 하고...............

공사비 깨질 염려도 없으니 어디가서 탱자탱하게 놀다가와도 

누구하나 간섭하는 사람이없었다.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채를 지었다 부수기도 하고 

온갖 상상을 다 떠올리며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가 듣다가 

이내 쇼팽의 즉흥 환상곡으로 바꾸었다.

 

짬짬이 커피를 마시면서 눈을 지긋이 감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  

여기저기 꽃을 놓을 공간도 만들고   

작은 조각과 큰 조각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도 하였다.

상상의 날개는 점점 더 구체적인 영역으로 옮겨갔다.

 바닥은 어떤 재질이 좋을까?

천정과  조명은 ............

싱크대는 아무래도 아일랜드스타일이 편리하겠지하며

 그야말로 세세콜콜한 것까지 골머리를 싸매었다.

그래,뭐니뭐니 해도 여잔 화장실이 제일 중요할거야.

어쩌면 거실보다 더 중요한게 화장실인지도 모른다. 

여잔 어떤 식으로 목욕을 할까?

 

 

샤워를 끝낸 여자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젖어있었고  

향긋한 비누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아직도 늘씬한 몸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여자는 남자의  입술에 가벼운 키쓰를 하고는

제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여자가 치장하는 동안 남자는 남은 일들을 서둘렀다.

여자는 비로소 치장이 끝났나보다.

쿠키 굽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남자는 간간이 야한 꿈을 꾸며 간밤에 안은 여자의 엉덩이를 기억했다.

 

갑자기 찬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엉겁결에 난 종이를 꽉 웅켜집었다. 꿈이었나보다.

종이 위에 그려진 집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다시 연필을 들었다.이게 요즘 나의 생활이었다.

때론 이런 실없는 짓이라도 해야 그나마 사는 것 같았다. 

해서 오늘도 나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