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75/ 꼬라지는 괜찮은 모양인데

커피앤레인 2007. 2. 2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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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라지는 괜찮은 모양인데 

 

 

 

천직이 따로 없었다.

먹고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내가 요새 일기를 쓰는 것 보면

요건 보통 정성이 아니었다.

아마 울 어메가 봤으면

먹고 할 짓도 디도(경상도 말로 많이도) 없는가부다 했을낀데

그래도 요재미도 제법 솔솔했다.

 

 

어젠 강나루 목여사가 올만에 전화를했다.

올봄에 큰 딸을 시집보낸다며 함 놀러오라고 하였다.

하긴 강나루에 안간지도 꽤나 된 것 같았다.

 

 

그 놈의 정이뭔지

서분네 가게 분위기 살려준다고 허구한날 민들레향기에만 죽치고 앉아 있었더니

목여사가 쪼매 서운했나보다.

해서 쇠뿔도 단김에 뽑는다고 저녁 먹고난 뒤 바로  강나루로 건너 갔더니

남성재단에 근무하는 언 놈이 새해 처음 만났다고 반갑다며 인사를 했다.

이 인간은 맨날 만날때마다 아름다운집 사장님. 아름다운 집 사장님 해사면서

칭찬인지 욕인지 씨부렁거렸다.

 

지야 그러든지 말든지 

쇠주나 한 병 주소 했더니 동아대 미대학장이었던 백교수가

뒤따라 들어오더니 올만에 만났다며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백교수하고는 원래부터 죽이 잘 맞아 술잔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였는데 

 야그 끝에  백교수는 싸나이 중에 싸나이다 해사면서

은근히 또 소쿠리 뱅기를 태웠다. (아이구 얼라아부지요 .........................이 일을 우야믄 좋능교 )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싸나이 중의 싸나이는 내가 아니고 백교수였다.

그는 언제나 사람을 만나면 덕담을 잘했다.그리고 청마 유치환의 시를 잘 외었다. 

어젠 쿠바산 시가를 못샀나보다.던힐이나 피우자하며 권했다.

원래 쿠바산 시가는 고그향기가 초코렛 향기와 같아서

포켓 속에 넣어두고 그 냄새를 맡으면 꼭 뭐 냄새같다고 했다.

(그렇지만 차마 내 여기서는 그 말 다 못하겠고.,)

 

 

아무튼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백교수 후배인지 제자인지는 모르지만

고고학을 전공했다는 언 놈이 갑자기 우리자리로 옮기더니

이 놈의 관상부터 보자하고는 눈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요게 한참동안 이 놈의 관상을 쳐다보더니

지는 원래 해골 바가지를 하도 많이 다루어서

내 꼬라지만 봐도 척안다나 우짠다나

암튼 글마 말로는

내가 하늘에서 내려왔다나 우쨌다나 ㅎㅎㅎㅎ

(그라믄 내가 ET가?)

 

그런데 그릇이 너무 커서 아직 못뜨고 있을 뿐이지 

조만간 팍 뜬다나,,,,,,,,,,,,,,,,,,,,,,,,,,,,,,,,

(시상에   요게 몬말이여 ,,,,,)

 

 

그래?

그라믄 언제 뜨는지 속시원히 니 말 좀 해봐라했더니

걱정 말란다 곧 뜬다고..............

(세계로 나갈 상이라나,,,,,,,,,,,,,,,,,,,,,,,,,,,,,,,,,,,,,ㅎㅎㅎ )

 

 

(아이고 요것 제법 용하데이

내가 세계로 나가는걸 지가 우찌 알았제

안그래도 내 지금 세계로 나갈려고 하는 참인데 ㅋㅋㅋㅋ

니가 우찌 그걸 다 아노하고 등드리를 좀 쓰다듬어줬더니

고고학을 할려면 주석인가 주몽인가

뭐 그 정도는 적어도 볼줄 알아야한다나 ㅋㅋㅋ)

 

 

암튼 고맙데이하고

집에 오니 술에 취한건지 그 놈의말에 취한건지 새벽 3시가 훨 넘었다.

 

요럴때 울마눌이 있었으면

 틀림없이 노숙자 냄새난다고 지랄지랄하면서

딴방에 가서 자이소하고 밀어냈을낀데

요럴땐 마눌 없는 것도 얼마나 고마운지.

음지가 있으면 양지도 있는 법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