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 사촌누나
김소장은 거제도에 간 일이 잘 되었는지
인테리어 기본도면을 갖고와 다시한번
검토해 달라고 했다.
일단 산행갔다가 저녁에 해 놓을 테니까 내일 아침에 찾아가라하고 민주공원을 거쳐
엄광산을 따라 구덕산 꽃 마을 까지 갔다가 저녁에 다시 돌아와 펼쳐보니
칫수나 면분활이 하나도 맞지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 공사를 받았는지 참 신통 망통했다)
어젠 여전히 날씨가 쌀쌀했다.
산등성이를 넘는데 찬바람이 한바탕 휘몰아치더니 어디론가 저혼자 달아나버렸다.
소나무 사이로 찬바람이 일자 문득 어릴때 생각이 났다.
겨울 땔감을 구하려고 시골에 사는 사촌 누나를 따라 할머니 집 뒷산에 올라가
솔방울이며 죽은 나무가지며 솔잎을 긁었던 기억이 새록새록났다.
춥고 배고팠던 그 시절 여름날 저녁은 대개 칼국수로 끼니를 때웠다.
밀가루 반죽을 한 다음 홍두깨로 밀가루 반죽을 밀면 그 끄트머리는 항상 내차지였다.
외할매집 정지(경상도 말로 부엌) 간에서 누나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있으면
누나가 그거라도 구워먹으라고 넘겨주었다.
그라믄 얼른 그 놈을 가장자리 불에다 올려 놓고 구워먹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 있을 수가 없었다.
건너편 산등성이 너머로 솔바람소리가 들리자 문득 사촌누나 생각이 났다.
친부모가 둘다 만주로 떠난뒤 홀로 남겨진 외손녀를 울 할매가 거둔 모양인데
처음엔 나는 누가 버린 자식인줄 알다.
나중에 알고보니 먼 이종사촌누나라고 하였다.
울 할매는 방학 때 내가 가면 늘 저년 저거 우예그래 꿈뜬지 모르겠다하며
자주 욕을 해댔다.
하지만 정작 할매가 죽자 가장 서러버하며 운 사람은 울 사촌 누나 하나 밖에 없었다.
살았을 때는 그렇게도 견원지간처럼 서로 미워하더니만
죽고나니 그게 그렇게 한이 되었나보다.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미우나 고우나 그래도 부모처럼 의지하고 살았는데 막상 할매마저 가고나니
그렇게 서러웠던 모양이었다)
이종 사촌 누나도 어느 듯 혼기가 차자
경북 안강에 사는 이 모라는 키 크고 마음씨 좋은 어느 사내한테
홀라당 시집을 가버렸는데 총각이 어느 날 선보러온다고 하자
누나는 무척 부끄러웠나보다.
할 일도 없으면서 얼른 콩밭으로 숨어버렸다.
그래도 관심은 있었나보다.
니가 가서 총각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보고오라고 한 생각이 불현듯나서 산을 내려오면서
혼자 비시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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