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425/ 마도로스의 밤은 깊어가고

커피앤레인 2007. 6. 1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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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로스의 밤은 깊어가고 ,,,,,,,,,,,,,,,,,,,,,,,,,,,,

 

 

 

수없이 많은 컨테이너선이 오르내리는 부산항은 언제나

마도르스가 넘치는 곳이었다.

마도르스하면 먼저 떠오르는게 정복에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파이프를 문 멋진 모습으로 언제 보아도 시원시원했다. 

 

 

마도로스라는 말이 뭔가 싶어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일본식 발음이었다.

원래는 마도로스가 아니라 영어로 Mat Ross 였었다.

일본사람들이야

뭐던지 저거식으로 발음을 하다보니

김치를 기무치라하고 레이 벤도 라이방(선 글라쓰)이라고 부르듯이

매트로쓰도 마도로스로 부른 모양이었다.

마도로스를 굳이 번역하면 뱃사람이라는 뜻인데

우린 흔히 마도로스하면 선장부터 먼저 연상하였다.

 

김 사장은 원래 오대양 육대주를 드나들던 선장 출신으로

지금은 선박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젠 모처럼 누리에에서 조우를 하게 되었다.

원 詩人은 세금계산서를 아직도 찾아가지 않은 모양인지

종호는 며칠전에 갖다준 세금계산서가 그대로 있다고 하였다.

누리에엔 오늘따라 손님이 가득하였다.

빈자리를 찾아 두리번 거리자 지영이가 김사장 쪽으로

사람을 밀어넣으며 김사장이 보고 싶어한다고 말하였다.

 

 

그와는 한두번 맥주잔을 부딪친 것밖엔 없었는데  

워낙 공간이 좁으니 서로 살갑게 인사는 하는 처지였다.

눈치로 보아

오늘따라 예쁜 여자동무를 한사람 데리고 온 모양인데 

말 동무가 없자 서로 뻘줌하게 있던 참에  마침 잘 되었다싶었던지  

굳이 자기 옆자리로 오라면서 전에 없이 친절하게 대했다.

 

어차피 잠시 머물다 갈것 자리도 없고해서  

염치불구하고 합석을 하였더니

 마주앉은 여인네가 힐끗힐끗 곁눈질을 하면서

몬 요런 멋있는 인간이 다 있노 하는지

아니면 오늘밤 오데로 마음을 줘야하노하고

지딴엔 고민이 되는지 계속해서  이 넘을 염탐질 했다.

 

 

어차피 내야 지하고는 눈 맞출 일도 없으니까

그러던가 말던가 내버려두고

그냥 편하게 술이나 마시자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해외여행에서부터 시작해서

파나마운하가 어떻고 저떻고 하다가

결국은 이 명박씨가 제안한 경부운하에 까지 이르렀다.

 

아무래도 이런 일은 뱃사람이 더 잘 알겠다 싶어

저게 뭐 경제성이 있는거요 하고 물었더니

지 생각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이 명박이라면 아마 안 만들겠습니꺼 하고

아주 호의적으로 대답을 하였다.

 

그라면서 부산신항이 천혜의 항구라던지

컨테이너 물동량이 어떻다던지

1피트는 30cm인데 보통 한 컨테이너 크기가

작은 건 20피트(6m)이고 큰건 40피트(12m)인데

일반적으로 컨테이너 한개를 1 TEU(티이유)라고 부른다면서

자상하리만치 선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기사

예전엔 일부러라도 외국 마도르스를 찾아다니면서

영어를 하나라도 더 배울거라고  

카페에 앉아 내돈줘 가면서 맥주를 사 주고는 

 되도않는 짧은 영어로 모라모라 씨부렁거리기도 하였는데

맛은 예전만 못했지만

그래도 올만에 뱃사람을 만나니

역시 부산은 항구구나하는 생각이 저절로 났다.

 

 

말을 잇다보니

나중엔 죽은 김 성식 선장마저 생각이 났는데

그분이야 말로 멋쟁이 중의 멋쟁이 선장이었다.

 

 

성격도 한 성격이었지만

늘 마도로스 파이프를 즐겨 입에 물고다니면서 

지중해 고 아름다운 해변에서

언년과 눈이 맞아 사랑을 나누다가 

왠 떡대같은 넘이 갑자기 나타나는바람에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옷도 제대로 못입고 도망을쳤다는   얘기를 하는바람에  

한바탕 웃으면서도

부러움반 시샘반으로 침을 꼴깍 삼켰는데  

얼마전에  

 그의 모교인 해양대학교에 갔더니

그를 기리는 詩碑만 덩그렁이 비를 맞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