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437 / 훼방꾼

커피앤레인 2007. 7. 1. 11:54

 

유 선경作

27127

 

 

훼방꾼,,,,,,,,,,,,,,,,,,,,,,,,

 

 

 

일요일이라 올만에 느긋하게 늦잠을 좀 자려고 했더니

뜻하지 않은 훼방꾼이 나타났다.

동회에서 확성기로 아침부터 뭐라뭐라 시뿌렁거렸다.

열마디중 아홉마디는 들리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동회에서 알리겠습니다는 말이었고 

한마디는 비 피혜가 우려되니 각별히 조심하라는 립서비스였다.

근데 그넘의 확성기가 고장인지

아니면 녹음해둔 테이프가 지랄인지 흘러간 옛노래 듣듯이

꼭 같은 소릴 열두번더 틀었다.

 

왠만한 정신을 가진 인간같으면

어,,,,,,,,,,,,이거 아닌데 하고 얼른 꺼버렸겠지만

무신경인지 한고집인지 아무튼 몇분동안 그렇게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

 

 

어차피 잠은 깬거고 커피나 한잔 마시자하고 일어났더니

창밖에서 비가 들어왔는지 바닥이 제법 젖어 있었다.

학림이는 얼마전에 문화부장이 되었다하더만 그래서 그런지 요새는

일주일에 한번꼴로 신문에 자주 글을 실었다.

평소에도 글을 잘 쓴다는 소린 들었지만

칼럼을 몇번 읽어보았더니 내공이 생각보다 예사 내공이 아니었다.

문장도 칼칼했지만 내용도 꽤나 깊어보였다.

공부를 좀 했나보네하고 혼자 씨익 웃었지만 암튼 그의 글속에 담긴

내용들이 참 좋아보였다.

 

종호는 별 손님이 없는지 저녁늦게 삼실에 찾아왔다.

오후에 태영이네 쥐구멍 공사를  좀 거들어줬다고 막거리를 한병 주길래

태영이하고 향숙이하고 셋이서 갈라먹은게 술이 좀된 모양이었다. 

중간에 오다가 좀 쉬었는데도 정신이 어리벙벙했다.

 

후배는 아직도 집에 안갔는지 지혼자 삼실을 지키고 있다가

-한잔 했는가베예 하고 이 넘을 보고 히죽웃었다.

요 넘이 웃는데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그라니 맨날 그 꼬라지이지예 하는 뜻이 함축된 전형적인 크리스챤적인 사고인데

그렇던지 말던지 니나 잘하거라이 하고 내 쫓고나니

난데없이 종호가 또 찾아와 한참을 놀고갔다.

 

옛말에 산 입에 거미줄 치겠냐 했는데

어차피 인생이란게 모 아니면 또 라했으니

부지런히 윷판이나 챙겨봐야겠다하고 잠이나 자자하고 누웠는데

요 넘의 훼방꾼이 나타나다니............................

사주팔자에 부지런한 넘은 이래도 부지런하고 저래도 부지런하다 하더니 진짜 그런가보다 .

(그렇다고 내가 부지런한건 아니여 ...................말이 그렇다는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