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를 걷는 여자 / 42
written by j.i.woo
여잔 남자의 얼굴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그새 그도 많이 변했겠지?
결혼은 했을까?
여잔 궁금한게 참 많았다.
그때만해도 물나간 청바지에 검은색 쉐타를 즐겨 입고 다녔지.
간혹 멋을 부리느라 실크스카프를 목에 걸고.....
하지만 그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건 단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지 이재 / 키 1m 78cm/ 혈액형 AB형 / 2남1녀중 막내 / 전공,건축공학
여자가 아는 남자의 신상은 그게 전부였다.
한동안 이남자에게 폭빠져 목말라했던게 언제였던가.
그건 남자도 비슷했다.
아지트는 늘 백조다방이었다.
당시만해도 클래식 음악을 다방에서 들을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했다.
때문에 간혹 떼거리로 몰려 밤새 죽치고 앉았다 가곤했다.
하지만 남잔 오래동안 혼자 앉아있었다.
대체로 저녁무렵이면 클래식 매니아들로 북적거렸기 때문에 예외없이 합석은 불문율처럼 이미 굳어있었다.
남잔 음악을 들으면서도 연필을 놓지않았다.
커피숍은 여늬때와 마찬가지로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좌석은 이미 만원이었다.
빈자리를 찾았지만 좀처럼 눈에 띄이지 않았다.
여잔 일행과 함께 몇번이나 자리를 찾느라 두리번 거렸다.
-합석인데 괜찮겠어요 ?
여자 종업원이 말했다.
남잔 스케취를 하고있었다.
-죄송한데 합석 좀 ,,,,,,,,,,,,,,,,,,,,
여자 종업원은 남자가 미쳐 대답도 미쳐하기 자리부터 권했다.
남잔 이쪽을 한번 힐끗 쳐다보곤 고개만 끄덕였다.
드볼작 교향곡 제 5번 신세계가 막 끝난 모양이었다.
멘트가 나왔고 이어진 곡은 베르디의 히브리노예들의 합창이었다.
-혹시.........................남자가 말했다.
-캠퍼스에서 한번 뵌 것 같은데 ,,,,,,,,,,,,
-그러구보니 저도 캠퍼스에서 뵌 것 같네요
-아 그렇군요.
여긴 자주 오시나요
-자주는 아니지만 저녁먹으면 가끔 들려요
-아.네 .................................
남잔 아까보다는 훨씬 덜 경직 된 것 같았다.
베르디에 이어 브람스,라흐마니노프와 생상스의 삼손과 들릴라가 이어졌다.
바깥는 진눈깨비가 내렸다.
남잔 그새 담배를 두개피나 연거푸 피웠다.
여잔 수미산은 처음인가보다.
-뭐 하는 곳이예요?
_연극도 하고 술도 팔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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