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를 걷는 여자 / 46
written by j.i.woo
사랑이란 하면 할수록 참 묘한 구석이 있었다.
발갛게 달아올랐는가 하면 어느새 식은 재가 되었다.
반면 새하얀 순백이었는가 하면 어지럽게 더럽혀진 발자국처럼 지저분하기 짝이없었다.
사랑이란 잘 정제된 언어가 아니라 마음이라고 여자는 비로소 정의했다.
시간이 꽤 흘렸나보다.
가로등이 들어왔고 캠퍼스는 여전히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여잔 서둘러 문을 닫았다.
간간이 찬바람이 스쳐 지나갔지만 바람은 의외로 그리 차갑지않았다.
여잔 털모자를 꺼내 머리부터 감샀다.
들어오는 차들이 없어서그런지 캠퍼스로 향하는 거리는 그야말로 휑했다.
남잔 흑장미 한송이를 들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여잔 감개무량했다.
버스정류소에서 남자가 기달릴줄은 생각도 못햇는데 ..................
남잔 여자의 어깨를 스스럼없이 감쌌다.
-어디 갔었어요?
-..........................
남잔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신작로 길을 내버린체 두사람은 한참동안 눈길을 따라 걸었다.
이내 좌우로 황량한 들판이 펼쳐졌고 눈은 모든걸 뒤덮었다.
하지만 다음날 태양이 뜨면 흰눈은 소리없이 녹을게 뻔했다.
어쩌면 사랑도 그와 비슷했다.
단지 다른게 있다면 사랑은 얼키고 설킨 고리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남잔 간간히 여자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손을 잡아주었다.
-뭘 좋아해요 ?
남자가 물었다.
-그냥 걸어다니면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햄버거가 어때요 ? ,,,,,,,,,,,,,,,,,,,,,
-햄버거? 좋죠 . 굳이 앉지 않아도 되고 시간도 절약되고.
그러면 햄버가 사가지고 차라리 연극이나 보러갈까요 ?
-연극?
-가마골에서 "빨간 피터의 고백"을 한다던데
-그래요? 나도 보고 싶었는데 .....
남자의 냄새는 풋풋하고 향이 독특했다.
남잔 조금씩 자기의 볼을 여자의 볼 가까이 두려고 했다.
여자는 조금 불편했지만 그런 남자가 전혀 싫진 않았다.
간혹 까칠한 수염이 여자의 볼에 닫자 여잔 자주 남자를 홀겨보았다.
남잔 꽤나 듬직한 나무의 밑둥과 같았다.
그만큼 모든게 넉넉하고 푸근했다.
하지만 여잔 간혹 남자의 어깨에 밀어내며 똑 바로 걸어요하고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여자의 말엔 전혀 힘이없었다.
여잔 이미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침묵이 흘렀고 한차례 바람이 일자
남잔 나즈막한 목소리로 love me tender .....................를 불렀다.
여잔 순간적으로 행복은 어쩌면 이런 사소한 채움의 연속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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