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를 걷는 여자 / 47
written by j.i.woo
하지만 사랑은 항상 꿈꾸는 자의 몫이라고 여잔 생각했다.
간혹 그 꿈이 하찮은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하여 무너지기도 하였지만
여잔 그건 어쩔 수 없는 업보라고 여겼다.
누군가 길가에 눈사람을 세워두었는데 그 표정이 너무 웃겼다.
여잔 허이야고 웃었다.
남잔 여자가 웃자 느닷없이 키쓰를 했다.
여잔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남자의 입술은 생각보다 더 달콤하고 육감적이었다.
하지만 여잔 남자의 입술을 밀쳐내며
-이건 명백한 반칙이예요
하고 쏘아 부쳤다.
남잔 약간 머쓱해했다.'
다음 버스정류장 까진 꽤나 먼 거리였다.
한바탕 눈보라가 일었고 가을갈이를 끝낸 들녘은 이미 황량한지 오래였다.
하지만 흰 눈으로 뒤덮혀있어서 그런지 전혀 낯설거나 쓸쓸하진 않았다.
버스가 오나보다.
멀리서 헤드라이트가 이쪽을 향해 계속 비추었다.
-이러다가 우리 버스 놓치겠어요
뛰어 가야 하는것 아니예요?,,,,,,,하고 여자가 말했다.
-뛰어가요? 그렇게 할까요 ?
그럼 우리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내기 합시다 .
-내기 .........?
남자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도 돌아보지않고 저혼자 냅다 내달렸다.
남잔 생각보다 엄청 빨랐다.
간간히 뒤를 돌아보며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여잔 뛰다 걷다를 반복하였지만 제시간에 닿긴 힘들 것 같았다.
남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뭐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천천히 오라는건지 빨리 오라는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버스는 여자가 도착하고도 한참 후에야 떠났다.
소극장 가마골엔 생각보다 사람들이 더 많았다.
모노드라마인데도 인기가 꽤 높은 모양이었다.
거의 다 쌍쌍이거나 여자들끼리 떼거리로 몰려있었다.
하지만 군데군데 중년 남자들도 한 둘 끼어 있었다.
-자리가 없는건 아니겠죠 .
여잔 내심 초조했다.
-설마 ...
없으면 할 수 없죠.................
남잔 능청스럽게 말했다.
-없으면 차라리 야간열차나 타고 우리 무박 2일로 여행이나 갈까요 ?
-여행 ?
여잔 갑자기 이 남자가 제정신인가 하고 의아해했다.
만난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여행을 간다?
남자는 그만큼 황당한데가 있었다.
- 그래도 두사람만 가기엔...
-왜요 겁나세요?
남잔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했다.
-겁이 난다기보다는 어쩐지 좀
-............................
-두 사람요. ...............하고 남잔 돈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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