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643/ 雲谷寺

커피앤레인 2008. 1. 29. 09:01

 

이 사진은 광주산오름 카페에서 스크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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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9

雲谷寺

 

 

 

 

새벽이 되면 언제나 그랬지만

또 하루를 추스리며 잠시동안 명상을 했다.

수많은 세월동안 익힌 습관은 무엇이며 인식은 무엇이며

현재의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를 생각하며

자신을 추스린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었다.

 

 

날이 조금 풀리는가 싶더니 어젠 하루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잠시 외출을 하였다가 하루종일 동기수련회 강의안을 작성하는데

정 교수가 막걸리나 한잔 하자면서 기어이 내려오라고 하였다.

정교수는 요즘 막걸리에 맥주를 타 먹는 걸 익혔는지

이 넘에게도 막걸리에 맥주를 한잔 타 먹어보라고 권하였다.

 

 

그는 얼마전엔 중국 황산에 갔다온 모양이었다.

대학교 일로 갔다온 줄 알았더니 초계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에

갔다가 겨울 빙판길에 멋모르고 황산에 올랐다가 거의 죽을뻔 하였다고 하였다.

그 가파른 길을 누구하나 미끄러지는 날엔

줄초상날게 뻔하다보니

어느 부인은 아예 그 곳 사람의 등에 업혀 내려왔다는데

그 값이 자그만치 우리 돈으로 15만원에서 20만원이라고 하였다.

하기사 그 지경이면 돈이 문제겠나

 

 

그는 하산 후 한동안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왕대가 눈의 무게를 못이겨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보고는 시심(詩心)이 발동했는지

운곡사라는 시 한편을 건네 주었다.

운곡사는 황산에 있었던 옛 절 이름인가본데  

세월이 워낙 많이 흐르다보니

이젠 그 절 모습도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운곡사(雲谷寺)         

                      정 봉길(경성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천하 황산 높은 기상 솟아있는 기암절벽

햇볕은 간 곳 없고 구름바다 천지로다

솟은 암벽 덮힌 설(雪)이

부끄럼을 간직한 체

세상 뜻을 잊었노라 모두가 설경일세

 

산 입구 雲谷寺는 흔적조차 없는데

수도하던 스님들은 몇이나 되었던고

푸른 절개 대나무도 선비기질 뒤에 두고

돌아보는 나그네에 고개숙여 하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