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652 / 설이 두개라서

커피앤레인 2008. 2. 7. 11:59

 

추 지영 作

34837

 

2008/2/7

설이 두개라서.......

 

 

 

 

비발디의 사계를 들으면서

새벽은 오늘따라 커피냄새가 더 정겨웠다.

아랫집은 밤새 전을 부치는모양인지

기름냄새가 밤늦도록 진동을 했다.

밝아오는 머얼건 하늘을 쳐다보며 올 한핸

또 어떤 일들이 있을련지...................................하고

오래동안 묵상을 하다 자리에 벌떡 일어썼더니

바람이 그나마 잠잠했다.

 

 

신정이던지 구정이던지

엎드려 절받기라지만 설이 두개있으니

전혀 나쁜것만 있는것도 아닌 것 같았다.

억지로라도 며칠 쉬게 만드니

그나마 한번쯤 숨을 다시 가다듬게 만들어준 덕에  

매사에 쫓기던 기분도 오늘만은 조금 느긋한 것 같아 여유가 있었다.

 

 

 올해도 산소로 가는 길은 여전히 막힐게 뻔하자

아이들은 일찌감치 올해는 해외로 간다고 선언을 하였다.

하기야 매년 설서 부산까지 내려왔다가 다음날 다시 설로 돌아가는 것도

아이들 편에서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럴바에야 저거 말대로 설 명절에 견문도 넓히고 공부도 할겸

잠시 해외로 나갔다 오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게다.

 

 

큰 넘은 원래 전공이 건축이라서 그런지

일본 건축디자인이 유달시리 마음에 와 닿는 모양이었다. 

게중에도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 마음에 드는지 일본을 자주갔다.

작은 넘은 호텔경영학을 전공했으니까

어차피 호텔을 자주 봐야할게 뻔한데

그도 올해는 해외로 나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두 넘이 역적모의를 해가지고 같이 가기로 했는지

아니면 따로 가기로했는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이 안와도 전혀 외롭거나 서럽지 않은건

아직도 이 넘이 그만큼 젊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하기사 대학에 들어갔을 때부터 부모 모실 생각하지말고

세계적인 인물이 되라고 했으니까 ...............

어쩌면 그들의 선택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

 

 

 

하긴 그런점에선 우리집은 예전부터 아메리칸 스탈을 무척 좋아해서

서로에 대하여 애정은 깊되 자유는 서로서로 존중했기 때문에

그런점에선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게 좀 그랬는지 간혹 한소리들 했다.

하지만 우린 그게 훨 편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라고

대학진학은 어거지라도 설로  쫓아버렸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건 참 잘한 일인 것 같았다.

 

 

어차피 아이들 죽을 때까지 같이 살것도 아니면서

괜쓰리 애정 표현 한답시고 곁에 잡아두는 것 보단

독립할바엔 어렸을 때 부터 착실히 적응하는게 훨 나을 것 같아 그랬는데  ...........

사람들은 그게 도무지 이해가 잘 안되는지

아이들은 언제 오느냐고 귀찮을 정도로자주 물었다.

 

 

아마도 자식이란게 

품에 없으면 정도 멀어지는줄 아는가 보는데

우린 전혀 그런게 아닌데..........................도

우리가 별난건지 그 사람들이 별난건지

도무지 이해가 않되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