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653 / 해가 떳다

커피앤레인 2008. 2. 8. 12:28

 

오 정민 作 /시골 마을

34846

 

 

2008/2/8

해가 떳다

 

 

 

휑하게 뚫린창 가득히 해가 들어왔다.

오늘까지 쉬는 날이니 침대에서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었지만

머리속은 언제나 그랬듯이

벌써 저만큼 하루 이틀 앞에가서 저혼자 놀고 있었다.

간간이 마음 따로 몸 따로 노는 것도 이젠 지겨울만큼  

이력이 났을텐데도 이 넘의 몸은 여전히 제 마음을 따라 잡지 못해 안달을 했다.

 

 

 목이 컬컬해 갑자기 어제 먹다남은 배가 생각이 났다.

한켠에 하얀 속살을 드러내 놓고 앉아있는 배를 힐끗 쳐다보다

혼자 싱긋이 웃었다.

마치 배꼽을 내놓고 허이야고 자는 여자 생각이 났기때문이었다.

배던지 여자던지 너무 대놓고 드러 내놓으면 재미가 없는가보다.

갑자기 식욕이 싹 가셔버리자 아침신문이나 함 읽어보자하고

이리저리 사이트를 누비다 헤드라이트로 뽑아올린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포철의 박태준씨 얘기였다.

지금 일본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사풍을 맞았는지 얼굴이 예전 같아 보이지 않았다.

세월은 역시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저녁무렵 텍사스골목은 유난히도 러시아인들로 가득했다.

설날이라 어디 갈데가 마땅찮았는지 거리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러시아 여자와 흥정을 하고 있었다.

나타샤는 며칠째 보이지않았다.

아마도 설 연휴라 모처럼 손님이 온 모양이었다.

 

 

갑자기 전화벨이 한동안 울렸다.

아니 이 시간에 웬일로,,,,,,,,,,,,,,,,,,,,,,,,,,,,,,,,,,,,,

일부러 받지 않았는데 아래층이 갑자기 씨끌법적한 걸 보아

정학장이 온 모양이었다.

아마도 설 귀밝게 술이라도 한잔하자고 부른 것 같았다.

하지만 설날 하루만이라도 조용히 있고 싶어 끝내 내려가지 않았다.

 

 

해는 이미 저만치 떠 있고 또 하루가 시작되는가보다.

하지만 또 하루를 놀 수 있으니 그나마 여유가 있어 그런지

해가 중천에 떠 있어도 전혀 조급하거나 바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