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655 / 마치 광풍이 지나간 것 처럼

커피앤레인 2008. 2. 10. 09:07

 

서 혜연 作

 

34872

 

2008/2/10

마치 광풍이 지나간 것 처럼

 

 

 

도시는 마치 광풍이 지나간 것 처럼 다시 고요했다.

그 많던 차들은 또 어디로 사라졌는지 거리는 한결 조용한 것 같았다.

까치가 이따금 정적을 깨웠지만 요즘은 그 흔한

비둘기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겨울은 이미 저만치 조금씩 비껴날 채비를 차렸고

올겨울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온 것 처럼 느껴졌다. 

 

 

산사에서는 새벽부터 목탁을 두드리는지 둔탁한 소리가 들렸고

산골교회는 설 다음 날이라고 오후엔 온 교우가 모여서

윷놀이를 한다고 하였다.

워낙 식구가 작다보니 그게 가능하겠지만

도시교회에서는 좀처럼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영옥집사는 주일날 손님을 대접한답시고 겨울초를

두다라이나 따두었다.

여기서는 왠만한 채소는 다 자급자족이 가능했다.

 

 

원장님은 아직도 신학 공부를 하는지 여전히 영어가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였다.

하기사 늦으막에 공부하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을게다.

더우기 어학은 배워도 배워도 머리에 남아있지 않으니

영어에다 히브리어에다가 헬라어까지 머리속에 집어넣어두려니

그게 여간 스트레쓰가 아닌 것 같았다.

 

 

하기사 나도 영어로 글을 좀써보려고 진작부터

시도해봤지만 마음만 그럴뿐 전혀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어쩌다 Astrid나 Andrew가  이-메일을 보내면  겨우 몇줄로 인사를 대신하는게

고작이었다.

 

 

글을 쓰는데 누군가 길게 전화벨을 울렸다.

그리고는 저절로 꺼버렸다.

누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