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4/8
꿈을 꾸며
한시간을 60분으로 나눈 사람들은
수메르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설형문자로 서로의 의사를 전달했다.
예를 들면 남자는 동그라미에 작대기 하나를 덧 붙였다.
여자는 반대로 동그라미 중앙에 점 하나만 달랑 찍었는데
그게 여자였다.
저녁무렵 누리에에는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다.
오늘따라 다들 집에 일찍 들어간 모양이었다.
사무실이던지 가게던지 사람이 너무 없으면 재미가 없는 법인데
그나마 10시가 넘어서자 민자가 왔다.
남자 둘이서만 저녁내내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여자가 오니
올만에 물 만난 고기처럼
주위가 환해지면서 얘기도 무척 길어졌다.
역시 여자는 이래서 좋은가보다.
만약 이 시간에 남자가 왔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졌을게다.
서로 보는둥 마는둥 하던지 아니면 혼자서 술만 딥다 마셨을게다.
그런 점에서 신은 참 위대했다.
적어도 신은 인간의 무료함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 그런지
어제밤엔 신경이 꽤나 예민했다.
내 집이 아닌데도 이것이 미래에 어떤 가치가 있을 것인지
만약에 어느 시점에 이르러
이곳에다 빌라나 원룸을 지으면
승산은 있을 것인지 하고
혼자 온갖 공상이 다 떠올랐다.
그러니 자연히 생각이 깊어지고 꿈이 많았던지.
새벽녘에 새로 살 집 담벼락에
아주 잘 생긴 푸른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이더니
여지저기 돼지 울막을 지어야한다며
보르크 칸을 몇개나 내질렀다.
꿈을 깨고도 이게 몬 점지인지
한참동안 헤메었지만
이럴땐 일단은 내 유리한 쪽으로 꿈을 해몽하는게
인지상정이었다.
해서 푸른 소나무는 주야장천 변함이 없는 거고
돼지 꿈은 예로부터 복꿈이라 했으니
집을 지으면 돈이 들어올 낀 갑다하고
혼자서 싱글벙글했다.
(우짜다가 소 발에 쥐 잡는다고
그라믄 나도 이제 팔자가 피이는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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