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711 / 모든게 진화해서 그런거가

커피앤레인 2008. 4. 7. 12:12

 

추 지영作

*서울  인사동 각갤러리에서 4월8일까지 추 지영 초대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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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4/7

모든게 진화해서 그런거가.

 

 

 

간밤엔 허들스럽게 비가 왔다.

아직 마지막 전철이 끊기지도 않았는데

롯데 일번가는 벌써 셔트가 내려져 있었다.

비가 오는데 왜 통로를 벌써 부터 막았느냐 고함을 치니까

관리인이 근 20년동안이나 그렇게 해왔는데

니가 와 그라노하고 대들었다.

아 20년동안 .........................그랬구나 .

 

 

그래도 한잔 한김에 

야 이게 누구 통로인데

전철도 끊기기전에

니네들 맘대로 통로를 막았느냐고

고래고함을 질렀더니 관리하는 녀석이

와 나보고 그러냐는듯이

왠 별난 넘 다보겠네 하며 

사람을 아래위로 쭈욱 훑어봤다.

 

 

(아 맞제 ....................

내가 니보고 얘기해봐야 그건 소 귀에 경 읽기지

이건 구청관활이잖아  ,,,)

 

 

암튼 비맞은 장닭처럼 지하도 통로를 포기하고

비오는 거리를 헤메다가

홧김에 포장마차에 들려 

우동을 한 그릇 먹는데  

일본애 남여가 오뎅하고 우동을 먹으면서

오이시이 데스해사면서 저거끼리 킬킬거렸다.

해서 나도  되도않은 일본말이지만 

그들과  한참 씨부렁거리다가

낼 또 보자하고

새벽에 들어와 잠시 볼일을 본 다음  누웠더니

어느새 비도 그치고 날이 밝았는지

바깥이 훤했다.

 

 

해서

어항을 들여다보니 요 놈들도 이젠 적응이 제법 되었는지

아니면 주인이란 사람은 원래 저런거다하고 생각했는지  

오늘따라 한 놈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풀속에 들어가 저들도 잠을 자는 모양인데............

 

(야  요넘들 봐라이

눈치 되게 빠르네

우예 그새 내 맘을 다 읽었노 )

 

 

 

암튼 주인이 자니

요 넘들도 눈치는 있어 가지고

저거끼리 주인을 깨우지 말자하고 약속을 했는지

어항 안은 그야말로 적막강산 이었다.

 

해서 인기척을 낼까말까하다가

그 중에 한 놈이 재빠르게 주인이 일어났다는 걸

눈치를 챘는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부시시 기어나왔다.

그러자  다른 넘들도  못 이기는척 하고 덩달아

눈을 비비고 실실 기어나와 아침인사를 했는데

 

 

일단 짐승이던지 미물이던지 간에

눈인사를 한 다음 간단히 세수를 하고

잠시 심 호흡을 한 후에

누군가 집을 하나 사 달라고해서  

가리늦게나마 또  미진한 것들이 생각나서 

구청에다 전화를 걸었더니

 

 

집 하나 수리하는데

 왠 넘의 과정이 그리 복잡한지

정화조는 청소과에

지붕개조는 건축과에

주거개선지구라 수리비 융자는

또 무슨 현안처리반인지 뭔지하는데

전화를 돌려주며 물어보라고 해서

 

 

나 같이 노가다판에서 잔뼈가 굵은 넘도

에이 시팔하면서 욕이 나왔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민원인들은 얼마나 열불이 났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옛말에

아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이런게 꼭 그런 꼴같았다.

 

 

조그마한 집 하나 고치는데

이렇게 행정이 까다로와서야

몬 일인들 제대로 하겠노 

이런건 차라리 동회에 과감히 넘겨주어서 

원스톱으로 처리할면 될텐데  

이걸 꼭 구청에서 처리해야만

권위가 서고 직성이 풀리는지

 내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암튼 제 아무리 비싸고 좋은 휴대폰이라도 

잘 걸리고 잘 들을 수 있으면

그것보다 더 좋은게 없듯이

행정도 마찬가지로

진화도 좋고 전문적인 것도 좋고

세분화도 좋지만

무엇보다 구청 중심으로 움직일게 아니라

말단 현장부서로  중심을 이동시켜  

보다 주민과 밀접하게 일을 하면

훨 환경 친화적이고 인간중심적이면서도

편리하고 효율적일텐데

 

 

이 넘의 나라는

다들 높은 것만 좋아 해가지고

몬 놈의 구청이 뭐 그리 대단한 곳이라고

중앙 관청만큼이나 더 크게 지어

전화만 딥다 걸게만드니

 

 

성질 급한 넘은  

혹 떼려다가 행여 혹이라도 더  붙을까봐

전화 하는새 겁이 나서라도 

전화 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