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712 / 꿈을 꾸며

커피앤레인 2008. 4. 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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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4/8

꿈을 꾸며

 

 

 

한시간을 60분으로 나눈 사람들은

수메르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설형문자로 서로의 의사를 전달했다.

예를 들면 남자는 동그라미에 작대기 하나를 덧 붙였다.

여자는 반대로 동그라미 중앙에 점 하나만 달랑 찍었는데

그게 여자였다.

 

 

저녁무렵 누리에에는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다.

오늘따라 다들 집에 일찍 들어간 모양이었다.

사무실이던지 가게던지 사람이 너무 없으면 재미가 없는 법인데

그나마  10시가 넘어서자 민자가 왔다.

남자 둘이서만 저녁내내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여자가 오니

올만에 물 만난 고기처럼

주위가 환해지면서 얘기도 무척 길어졌다.

 

 

역시 여자는 이래서 좋은가보다.

만약 이 시간에 남자가 왔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졌을게다.

서로 보는둥 마는둥 하던지 아니면 혼자서 술만 딥다 마셨을게다.

그런 점에서 신은 참 위대했다.

적어도 신은 인간의 무료함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 그런지

어제밤엔 신경이 꽤나 예민했다.

내 집이 아닌데도 이것이 미래에 어떤 가치가 있을 것인지

만약에 어느 시점에 이르러

 이곳에다 빌라나 원룸을 지으면

승산은 있을 것인지  하고

혼자 온갖 공상이 다 떠올랐다.

 

 

그러니 자연히 생각이 깊어지고 꿈이 많았던지.

새벽녘에 새로 살 집 담벼락에

아주 잘 생긴 푸른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이더니

여지저기 돼지 울막을 지어야한다며

보르크 칸을 몇개나 내질렀다. 

 

 

꿈을 깨고도 이게 몬 점지인지

한참동안 헤메었지만

이럴땐 일단은 내 유리한 쪽으로 꿈을 해몽하는게

인지상정이었다.

해서 푸른 소나무는 주야장천 변함이 없는 거고

돼지 꿈은 예로부터 복꿈이라 했으니

집을 지으면 돈이 들어올 낀 갑다하고

혼자서 싱글벙글했다.

 

 

(우짜다가 소 발에 쥐 잡는다고 

그라믄 나도 이제 팔자가 피이는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