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세효作/ 을숙도
2008/5/27
방어진 방둑에 앉아 ....
울산에서 일박을 하고
아침일찍 일어나 훼미리 스파에서
찬물에 몸을 담구었더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몇차례 냉 온탕을 들락날락 한뒤
다시 알몸으로 수영을 한 두차례 더 한 다음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어차피 온 것 방어진까진 가봐야겠다고하여
길을 나섰더니
우측 산 비탈에 전에 못봤던 누각이 눈에 들어왔다.
해서 몬 건물인가하고
어슬렁 어슬렁 길을 따라 올라갔더니
구강서원(鷗江書院)이라는 푯말이 길손을 반겨주었다.
해서 안으로 들어가보니
옛 건물은 아니었지만 고증을 거쳐 만들었는지
건물이 제법 아담하고 멋이 있었다.
이곳은 원래
조선중기 사림에 의해 설립된 사설교육기관으로
고려말기의 충신이었던 포은 정 몽주 선생과
회재 이 언적 선생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도 유명했다.
이른시각이라 그런지 서원 안 뜨락은
그야말로 적막만 감돌았지만
깔끔하게 다듬은 면면들이 부지런한
시어머니의 뒷태를 보는듯
매우 단아하면서도 사방이 깔끔했다.
이왕 왔으니 누각에도 함 올라 가 보라는
관리인의 친절에 공손히 절을하고
목계단을 따라 올랐더니
멀리 울산 앞바다가 눈에
희미하나마 들어오는 것 같았다.
이리저리 편액들을 둘러본 다음
한참을 기둥이며 서까래며 대들보를 둘러보고는
그 길로 다시 방어진으로 길을 잡았더니
꽃바위도 예전의 꽃바위가 아닌지
효정이도/ 화순이도/ 영옥이 이 뇬도
어디로 다 가버렸는지
한 뇬도 제 집에 살고 있지를 않았다.
아마 장사가 잘 안돼 딴 곳으로
이사를 가버린 모양인데
드는 정은 몰라도 나는 정은 안다더니
옛 얼굴이 하나도 안보여서 그런지
방어진 방둑도 예전만큼 그렇게 정겹지가 않았다.
해서 해삼아짐씨라도 붙들고
예전에 못했던 수작이나 좀 부려볼까 했더니만
늙은 해녀마저 오늘따라 바다에 나가고
아직 돌아오질 않았는지
가게가 텅텅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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