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761 / 방어진 방둑에 앉아 ....

커피앤레인 2008. 5. 27. 09:23

 

오 세효作/ 을숙도

 

37774

2008/5/27

방어진 방둑에 앉아 ....

 

 

 

 

울산에서 일박을 하고

아침일찍 일어나 훼미리 스파에서

찬물에 몸을 담구었더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몇차례 냉 온탕을 들락날락 한뒤

다시 알몸으로 수영을 한 두차례 더 한 다음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어차피 온 것 방어진까진 가봐야겠다고하여

길을 나섰더니

우측 산 비탈에 전에 못봤던 누각이 눈에 들어왔다.

해서 몬 건물인가하고

어슬렁 어슬렁 길을 따라 올라갔더니

구강서원(鷗江書院)이라는 푯말이 길손을 반겨주었다.

 

 

해서 안으로 들어가보니

옛 건물은 아니었지만 고증을 거쳐 만들었는지

건물이 제법 아담하고 멋이 있었다.

이곳은 원래

조선중기 사림에 의해 설립된 사설교육기관으로

고려말기의 충신이었던 포은 정 몽주 선생과

회재 이 언적 선생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도 유명했다.

 

 

이른시각이라 그런지 서원 안 뜨락은

그야말로 적막만 감돌았지만

깔끔하게 다듬은 면면들이 부지런한

시어머니의 뒷태를 보는듯

매우 단아하면서도 사방이 깔끔했다.

 

 

이왕 왔으니 누각에도 함 올라 가 보라는

관리인의 친절에 공손히 절을하고

목계단을 따라 올랐더니

멀리 울산 앞바다가 눈에

희미하나마 들어오는 것 같았다.

 

 

 

이리저리 편액들을 둘러본 다음

한참을 기둥이며 서까래며 대들보를 둘러보고는

그 길로 다시 방어진으로 길을 잡았더니

꽃바위도 예전의 꽃바위가 아닌지

효정이도/ 화순이도/ 영옥이 이 뇬도

어디로 다 가버렸는지

한 뇬도 제 집에 살고 있지를 않았다.

 

 

아마 장사가 잘 안돼 딴 곳으로

이사를 가버린 모양인데

드는 정은 몰라도 나는 정은 안다더니

옛 얼굴이 하나도 안보여서 그런지

방어진 방둑도 예전만큼 그렇게 정겹지가 않았다.

 

 

해서 해삼아짐씨라도 붙들고

예전에 못했던 수작이나 좀 부려볼까 했더니만

늙은 해녀마저 오늘따라 바다에 나가고

아직 돌아오질 않았는지

가게가 텅텅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