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772 / 아직은 쓸만한 갑다

커피앤레인 2008. 6. 9. 13:13

 

서 혜연作

 

38130

2008/6/9

아직은 쓸만한갑다

 

 

 

날밤을 꼬박 새웠나보다.

원래 일이란게 일꾼들이 가고나면 뒷 치닥거리가 더 많았다.

일꾼들은 잘했던지 잘못했던지 오사마리가 끝나면

일당만 받거나  잔금을 받고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공사를 맡았거나 디자인을 한 사람은

어 이게 아닌데 하고 .................

뒤늦게 눈에 거슬리는 부분을 발견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해서 간밤에도 꼴랑 3일간 칠하고 바닥 깔고

천정등 교체하는데도 여기저기 하자가 보여

목장갑을 끼고 본격적으로 작업모드에 들어가니까

주인이

아니 사장님도 일할줄 아세요 ?하고 꽤나 놀란눈치였다.

 

 

-ㅎㅎ 기술자는 아니드래도

반풍수는 됩니다

그러니 집에 가서 조용히 주무시고

낼 아침에 오십시오

내가 깔금하게 다 처리해놓고 갈테니까 ...........................

-에이 아무리 그렇지만 사장님이 혼자 일하는데

어떻게 집에가요

-제발 가는게 도와 주는 거니까 가십시오

않그러면 남여가 야심한 밤에 단둘이 있었다고

소문나요

-ㅎㅎ 소문 함 나봤으면 좋겠네요

-어이구 그런 소리 말아요

사업 망해여 그러면 .....

그리고 난 현장에서는 절대 바람 안 피워요

-ㅋㅋ 농담이어요

대신 양주 한병을 놓고 갈게요

틈틈이 마시면서 끝까지 잘 좀 봐주세요

근데 생각보다 고치고나니 넘 좋아요 마음에도 들고요

-그래요 그러면 다행이고요

-고마워요 사장님 포옹 .........................

짜잔 ....

 

 

노가다는 간혹 요런 재미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갑다.

암튼 돈이야 되던지 않되던지

누군가 내가 한 디자인이나 인테리어가 잘되었다하면

기분도 좋고 보람도 있었는데....

 

 

아무튼 새 페인트 공은 역시

1류는 못되는 것 같았다.

해서 칠이 미진한 부분이나

시리콘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부분들을 다 정리하고 나니

날이 샌 것 같아 시계를 봤더니 아침 6시가 훨 넘어서고 있었다.

 

 

그 길로

삼실로 돌아와 잠시 눈이라도 붙여야지하고

간이 침대에 누웠는데 그새 두어시간이 지났는지  

꽃배달 왔다고 또 전화를 울려대었다.

 

 

아이고 잠도 제대로 못자겠네 하고

일단 꽃을 받은 다음 목욕탕에 들렸더니

이쁜 목욕탕 아짐씨가 

사장님  선물.............하면서

면도기를 하나 공짜로 주었다.

 

아니 왠 면도기 ?하고 거울을 봤더니

밤새 잠을 못잔데다가

수염까지 더부룩하니 영판 노숙자 꼬라지 였다.

 

 

하지만 꼬래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밤새 일하다가 와서 좀 그렇다하며

아직도 밤을 새울만한 정력은 충분히 있으니까

혹시 친구중에 쓰다가 버린 여자 없나 했더니

이 아짐씨  

 

-아니 그게 뭔말인데요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요즘은 다 재활용 시대잖아요  

그러니 언 넘이 실컷 갖고 놀다가

나 니하고 더 이상 살기 싫다하고 내 버린 뇨자 있으면

소개 좀 해달라는거예요.

그래야 옷이라도 좀 깔끔하게 입고 다니지 않겠어요

-ㅎㅎ 난 또 뭔 말인줄 알았네 ..........

 마 그만하면 열 여자쯤은 아직도 느끈히 따라 다니겠습니더

그러니 얼른 목욕이나 하고 나오이소

내 커피 한잔 따근하게 끓여드릴게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