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781 / 비온데이...................

커피앤레인 2008. 6. 19. 11:57

 추 지영作

 

38378

2008/6/19

비온데이 ..........

 

 

 

부산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사람치고

계림(桂林)을 모르면 거의 간첩이거나

아니면 그와 비슷한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그만큼 역사도 깊고 환쟁이하고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끈끈한 정이 흐르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할매가 처음 술집을 시작할 때만 해도

40대의 그 우아함과 여유로움에다가  

미모 까지 받쳐주는 바람에 

뭇 사내들의 가씸을 울렁거리게 했지만

세월엔 장사가 없는지 그녀도 이젠

할매가 다 되었다.

 

 

해서 전기줄이 너들너들 삐어져 나온 간판을 쳐다보다가

속이 상했는지  

-우선상 니 저거 좀 고쳐주면 안되겠나하고

통사정을 했다.

 

 

환쟁이 사이에선 워낙 유명한 곳이다보니

언 넘이 그 집 간판을 쳐다보고 올리는 만무하였지만

그래도 명색이 계림하면

천하의 환쟁이들이 한번쯤은 왔다가는 곳이다보니

명성에 비해서는 사실 간판이 너무 초라했다.

 

 

해서 돈도 아낄겸

내가 함 해볼게여 .............................하고

사다리를 가져오라했더니

할매가 그새 사다리를 빌려 놓았는지 불이나케 전화를 때렸다.

 

 

한데 막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보니

간판이 너무 오래되어서 나무가 삭아 도무지

손을 댈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해서 울 간판쟁이보고

-니 바쁘나?

안바쁘면 요 함봐라 .............

이거 고칠 수 있으면 좀 고쳐주고

 고칠 수 없으면

중고라도 하나 구해주라 했더니

저것 보다 배나 큰게 하나있는데

인건비하고 10만원만 주이소 하였다.

 

 

-야 새기 얼만데 ?

-새건 20만원 더 합니더

-그라믄 8만원 하자

알았제

디자인은 내가 따로 스케취 해줄테니까 그리 알고

-아이고 인건비도 안나오겠심더

-문디 지랄 안하나

와 인건비가 안 나오노?

프레임은 헌거니까 니가 공짜로 가져왔을거고

형광등 네개 갈고 시트 바르면 재료비 3만원정도면 닥상일텐데

그나마 니 달아주는 값이라고  5만원 얹어 주는건데

모가 불만이고?

-마 알았심더

좌우지간 사장님한테는 못당한다니까

그나저나 돈은 누가 주는데예

-내가 주지. 누가줘

-그라믄 그리 하입시더

-대신 내일 오후까진 시공 끝내라이

-비 안오면 그리하겠심더

 

 

할매는 간판을 바꾸어야 한다고 하니까 걱정이 되는지

-그것 돈 안드나 ?

-마 쪼매 주고 달아라 했심더

-난 돈 주고는 안할끼다  

-돈은 내가 벌써 줬심더

-니 돈은 돈이 아이가

-마 됐심더

이게 간판잉교

사회적 체면도 있지 .............................

-우야노 신세를 져서

-우야긴

담에 맥주나 시병사면 되지뭐  

 

 

장마철이라 그런지 어젠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하였다.

-비가 오는데 간판달겠나?

할매는 새간판이 몹씨 기다려지는 모양이었다.

-내가 오늘 달아라 했으니 곧 올겁니더  

-비오는데 ?

-비와도 설마 전기에 감전되어 죽을까봐예

-그래도 비오는 날에는 간판하는 사람들이 일을 안할려고 하던데

-ㅎㅎ 고런 걱정은 마이소 

요런 것 조지는게 제 업무 아임니꺼

-좌우지간 니는 우예 그리 시원시원하노

 

 

간판을 달고보니 우예그리 딱 맞는지

마치 고무신 칫수처럼 그야말로 10문7이었다.

-디자인도 이뿌고 잘 되었네

근데 요거 간판비에 쪼매 보태면 안되겠나 ?하고 할매가

흰봉투를 하나 건넸다.

-마 됐니더이

모할라고 이런건 준비 해가지고

퍼뜩 주머니에 넣으소이

-그래도 사람이 맹탕 남의 신세만 지고 우예 사노

-우예 살기는요 . 지금까지 살던대로만 살면되지

그게 몬 걱정잉교

-하기사 그건그렇다

암튼 우선상 고맙다이 ...................

-고맙긴 ,,,,

사람들이 와서 저것 언 넘이 했노 하면

내가 더 기쁘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