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783 /울 마님이 오신단다

커피앤레인 2008. 6. 21. 09:49

 

유 선경作

 

38424

2008/6/21

울 마님이 오신단다.

 

 

 

이 넘은 늘 마눌을 보고 마님이라고 불렀다.

울 마님은 노 전대통령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았다.

해서 노 전대통령하고는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인걸로 알고 있는데

장인 어른도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으니까

어쩌면 서로가 선후배 사이일지도 모른다.

 

 

특히 장인 어른은 그 지역에서는

꽤나 이름이 있는 유력 인사이기 때문에

누구 집 딸이라 하면 10리 정도는 다 알 정도로

미모도 출중하고 집안도 꽤나 유명했다.

 

 

그런 집 딸을 멋도 모르고 꼬셔서 데리고 왔더니

울 장모님이 울 집에 함 와보고는

대성통곡을 했다나 우쨌다나.....

 

 

우찌 키운 딸인데 그러큼 못사는 집에

내가 우찌 딸을 시집 보내고 .................한 평생을 사노하고

울었다는데

사실 울 집도 따지고 보면 그리 뭐 빠지는 집이 아닌데도

아버님 돌아가시고 가세가 기울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 넘의 달동네인가 몬가하는데 살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위가 워낙 출중(?)하니

딸을 안줄 수도 없고 줄려니 그게 좀 그래는지

나만 보면

자네는 우예 그리도 돈 욕심이 없노 하고 나무라더니

이젠 마 포기를 했는지

사람 심성 하나만은 좋다 ,,,,,,,,,,,,,,,,,,,,,,,하고

말끝을 흐리곤 했다.

 

 

한데 그 마님이 올만에 행차를 하시겠다고 전화를 때렸다.

내 친구 딸 결혼식에 가보고 싶다고

같이 가자해서 새벽부터 일어나 목욕 재개하고

엊그저께 산 오이인가 오히인가 스킨로션을 바르고

내 딴엔 잘 보일거라고 바지 까지 세탁소에서

찾아 놓았는데 ....................................

 

 

사실 우린 거의 5년 이상 떨어져 살다보니

요즘은 마눌이 등장한다 하면 긴장부터 되었다.

마눌은 일단 이 넘의 행색을 살핀 다음

혼자 있을수록 더 깔끔해야 한다 해사면서

이것저것 간섭을 했는데

얼마전에 삼실에 함 둘러보고는

그나마 깔끔하게 사네.............하고

안심인지 야지인지 알 뜻 모를 뜻 한 말을 남기고 갔는데

이번에 와서는 또 몬 말을 할지 그게 자못 궁금했다.

 

 

하지만 우린 거의 친구같은 애인수준으로 살다보니

떨어져 있어도 바로 옆에 있는 것 같고

옆에 있어도 멀리 있는 것 처럼 늘 편안했다.

 

 

엊저녁에도 계림에서 맥주를 한잔 마시고 있는데

마눌이 전화를 때렸다.

-여보 어디예요 ?

-응 나 삼실 근처에서 아는 사람들 하고 맥주 한잔 하고 있어요

-축의금은 어떻게 할까요?

-아,, 걱정마요 내가 다 준비했으니까

-그럼 난 몸만 가면 되겠네

-그래요 . 아무튼 예쁘게만 하고 와요

당신은 언제나 우아하잔우 ..............하고

아부 아닌 아부를 좀 떨었더니

 

 

전화를 끊자 대학에 출강하는 옥이 이모가

-누구예요?하고

 궁금해서 못견디겠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누구는 누구라 울 마눌이지

-에엥?

마눌인데 그렇게 다정하게 얘기해요

거짓말이죠

-거짓말은 ,,,,,

아니 내가 내 마눌한테 다정하게 말해야지

누구에게 다정하게 말해요

-난 앤인줄 알았네

-저런 넘의 수가 있나

앤은 몬 얼어 죽을 앤

 

 

사실 난 앤이나 마눌이나 똑 같이 대우했다.

앤에게 반지 하나 사주면 마눌도 하나

앤에게 목걸이 하나 사주면 마눌도 목걸이 하나

좌우지간 그렇게 똑 같이 사줬다 .

하지만 천하없는 앤도 마눌보다는 못할 뿐 아니라  

조강지처를 버리면 천벌을 받는다 하여

오늘날 까지 아부아닌 아부를 떨며 살고 있는데

 

 

그나 저나

오늘 마눌이 온다 하는데 구질구질하게 입고 나갈순 없고

뭘 입고 나가야 점수를 좀 따려는지  ...............

(여잔 늘 같이 있어도 그날 그날 보는 눈에 따라

기분이 다르다던데 .

진짜 뭘 입고 나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