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784 / 몬 정장

커피앤레인 2008. 6. 22. 08:42

 

김 충순作

 

38444

2008/6/22

몬 정장

 

 

 

 

아내는 여전했다.

일단 이 넘의 행색을 살피더니

몬 정장..................? 하고 일부러 딴 전을 펼쳤다.

하긴 늘 캐주얼 타입으로 돌아다니다가

곤색계열의 상의에다 그레이 계통의 바지를 입고

약간 화사한 남방을 받쳐 입었더니

꽤나 괜찮아 보였던지 별 말은 없었지만

셔츠가 그것 밖에 없어요하고 ..............

또 한 마듸했다.

(하기사 그런 말도 안하면 울 마님이 아니지....)

 

 

-왜? 난 이 셔츠가 젤 세련되고 좋던데

-좋긴 하지만 너무 오래 입었잖아요

-그래도 새건데

-암튼 새로 몇벌 맞추어요

남잔 어디로 가던지 멋이 있어야 해요

-돈은 누가 주는데

-그거야 당신이 내야지

갑자기 왜 짠돌이가 됐어요
-짠돌이?

 

(괜히 본전도 못찾았네 ...........................)

(아 이게 아내의 특권이구나

앤 같으면 벌써 한 사발 올라 갔을건데 ㅋㅋ)

 

 

결혼식장은 꽤나 근사했다.

울 딸은(난 늘 친구의 딸을 울 딸이라고 불렀다)

조금은 미련 곰탱이 같은 넘을 만났지만

모가 그리 좋은지 결혼식 내내 생글생글 웃었다.

딸은 이 넘을 보자 너무 반가워 했지만

그래도 남편이랍시고 

조신스럽게 행동하려고 애를 쓰는게 역력했다.

 

 

혼주는 그나마 손님 대접한다고

근사한 뷔페 식당에 점심상을 차려 놓았으니

밥이나 먹고 가라고 간곡히 손을 잡아 끌어 당겼다.

하기사 부조를 얼마나 했는데

밥이라도 먹고 가야 본전은 찾겠지 ...........................ㅋㅋ

 

 

 

아내는 모처럼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고

또 이 넘이 깍듯이 여왕 모시듯이  모시고 돌아다니니까

여간 기분이 좋은게 아닌 모양이었다.

해서 이왕 온김에 시내에나 함 나가 보자고 했다.

-시낸 왜?

-그냥 당신하고 올만에 거리도 걸어보고 영화나 한 프로 하려고요...

-그래 ? 그런데 이 대낮에 ?

-왜 대낮엔 안되여?

앤하곤 잘도 다닐것 아니우?

-앤 ? 몬앤?

-그냥 해본소린데 몬가 찔리나보죠

-찔리긴 ......................

그나저나 모 타고 갈까 ?

-그냥 전철타고 가요

옛날 생각도 하면서

-그래 ?

 

 

아낸 여전히 옛날 생각을 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근데 몬 영화를 보지 ?

-강철중인가 몬가 하는 영화 보고 싶어요.

-강철중?

-그게 몬데

- 와 있잖아요 . 추격자 / 그 넘의 목소리 같은 뭐 그런 류

-아

 

 

막상 전철에 내려 티켓팅을 하고 보니

입장을 하려면 아직도 한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네

어디가서 커피나 한잔 할까

-그러죠

-이왕이면 자갈치 오아제에 가보자

-왜 하필이면 그 비린내 나는 곳을 가요?

-거기가면 바다를 볼 수 있잖아

하지만 오아제는 뷔페식당만 있고 고급 레스토랑은 없는 모양이었다.

근사하게 분위기 좀 잡고 커피라도 한잔 마실려고 했는데

그게 영 아니었다.

해서 아내의 눈치를 보니까

아무래도 한마듸 할 것 같았다.

(부산 살면서 커피점 하나도 제대로 못 골라요 하고.........)

 

 

해서 우리 쇼핑이나 할까 ?하고 은근히 눈치를 떠 봤더니

- 아 잘됐네. 그렇찮아도 여름용 빽을 하나 살려고 했는데

-그래 ?

-며칠전 현대 백화점에 들렸는데 마땅한게 없어 그냥 왔어요

부산엔 있으려나 ?

-일단 광복동으로 나가보지뭐

광복동은 주말이라 그런지 꽤나 복잡했다.

 

 

금강에 들려 이것저것 만져보더니

맘에 드는게 없는지 다른델 가보자 했다.

해서 랜드로바에 들렸더니 여점원이 수입품이라면서

새까만 빽을 하나 내왔다.

아낸 화이트를 원했지만 화이트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고 하였다.

-수입품이면 꽤나 비싸겠네 .

-아녀 생각보다는 값이 저렴해요

-그래요 얼만데요

-30%세일해서 10만 8천원입니다

-아 값은 그런대로 개안네

-이것 주세요 ......하더니

 

 

아낸 내가 돈도 내기도 전에 지가 먼저 카드를 긁었다.

-아니?

오늘은  내가 하나 사줄려고 했는데

-당신 오늘 돈 많이 썼잖아요

그러니 오늘은 내가 낼께요

그리고 당신 성질에 오늘 부조도 좀 했을꺼고 ............

그러니 오늘은 내가 내겠어요.

하지만 정 사주고 싶으면

청구서는 일시불로 다음달에 나오니 그때 보내줘도 무방해요

(역시 그러면 그렇지 .................................

당신이 누구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