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786 / 목욕탕 풍경

커피앤레인 2008. 6. 24. 11:38

 서 혜연作

38512

2008/6/24

목욕탕 풍경

 

 

 

 

단골목욕탕에 가면 참 재밌는 인간들이 많았다.

아침부터 창을 하는 인간이 없나

열심히 맨손체조 한답시고 벌거벗은 몸으로

폴짝폴짝 뛰면서 그걸 덜렁덜렁 하는 넘이 없나

암튼 웃겼다.

 

 

그 보다 더 웃기는건 한 옛날에 주먹깨나 썼는지

어깨죽지에 문신을 그린 친구들이 하나둘이 아니었는데

요즘 조폭에 비하면 예전의 조폭은

그나마 젊잔했는가보다.

요즘 애들은 아예 온 몸이 용으로 뒤 덮혀있지만

예전 조폭은 어깨쭉지에 작은 문신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벌거벗은 목욕탕안에서도 선후배가 있는지

이 친구들은 인사를 할 때마다

 깍듯이 형님하고 허리를 90도로 굽혀 절을 했다.

 

 

오늘따라 예전에 다니던 목욕탕에 함가고 싶어

 올만에 들렸더니

할매가 카운터에 앉았다가

-와 그동안 안왔노하고 반색을 했다.

설마 조 위에 젊은 뇨자가 있는 목욕탕에 간건 아니겠제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역력했지만

차마 말은 못하고 자주 오이라하고

등을 떠 밀었다.

 

 

한데 가는 날이 장날인지 오늘따라

왕년의 조폭들이 다 모인 것 같았다.

덩치로 보아 그리 작은 덩치들은 아니었지만

세월 앞엔 장사가 없는지

 저거도 이젠 한물간 표정이 역력했는데

하지만 하나같이 비슷한건

문신 대신에  거시기에 여전히 방울을 달고 있었다.

 

 

아마도 밤에 뇨자를 죽일려고 작당을 했는지

거시기 양피에 뭘 박은 모양인데

그게 마치 토성을 감싸고 있는 테와 비슷했다.

문제는

젊었을 때는 객기로 그런데로 봐줄만 하지만

늙은 사람들이 그걸 훈장처럼 주렁주렁 달고 다니니

보는 이 넘도 민망하고

저거도 민망하긴 마찬가지였다.

 

 

원래 이 넘은 목욕시간이 길어야 채  15분도 넘지 않았는데

오늘은 더 일찍 끝내고 후다닥 뛰쳐 나오니까

-목욕하기가 좀 그렇제 ...................

하고

할매가 빤히 쳐다봤다.

 

 

(그나저나 할매가 그걸 우예 알았제

혹시 오데서 구경한건 아니겠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