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지영作
2008/6/19
비온데이 ..........
부산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사람치고
계림(桂林)을 모르면 거의 간첩이거나
아니면 그와 비슷한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그만큼 역사도 깊고 환쟁이하고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끈끈한 정이 흐르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할매가 처음 술집을 시작할 때만 해도
40대의 그 우아함과 여유로움에다가
미모 까지 받쳐주는 바람에
뭇 사내들의 가씸을 울렁거리게 했지만
세월엔 장사가 없는지 그녀도 이젠
할매가 다 되었다.
해서 전기줄이 너들너들 삐어져 나온 간판을 쳐다보다가
속이 상했는지
-우선상 니 저거 좀 고쳐주면 안되겠나하고
통사정을 했다.
환쟁이 사이에선 워낙 유명한 곳이다보니
언 넘이 그 집 간판을 쳐다보고 올리는 만무하였지만
그래도 명색이 계림하면
천하의 환쟁이들이 한번쯤은 왔다가는 곳이다보니
명성에 비해서는 사실 간판이 너무 초라했다.
해서 돈도 아낄겸
내가 함 해볼게여 .............................하고
사다리를 가져오라했더니
할매가 그새 사다리를 빌려 놓았는지 불이나케 전화를 때렸다.
한데 막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보니
간판이 너무 오래되어서 나무가 삭아 도무지
손을 댈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해서 울 간판쟁이보고
-니 바쁘나?
안바쁘면 요 함봐라 .............
이거 고칠 수 있으면 좀 고쳐주고
고칠 수 없으면
중고라도 하나 구해주라 했더니
저것 보다 배나 큰게 하나있는데
인건비하고 10만원만 주이소 하였다.
-야 새기 얼만데 ?
-새건 20만원 더 합니더
-그라믄 8만원 하자
알았제
디자인은 내가 따로 스케취 해줄테니까 그리 알고
-아이고 인건비도 안나오겠심더
-문디 지랄 안하나
와 인건비가 안 나오노?
프레임은 헌거니까 니가 공짜로 가져왔을거고
형광등 네개 갈고 시트 바르면 재료비 3만원정도면 닥상일텐데
그나마 니 달아주는 값이라고 5만원 얹어 주는건데
모가 불만이고?
-마 알았심더
좌우지간 사장님한테는 못당한다니까
그나저나 돈은 누가 주는데예
-내가 주지. 누가줘
-그라믄 그리 하입시더
-대신 내일 오후까진 시공 끝내라이
-비 안오면 그리하겠심더
할매는 간판을 바꾸어야 한다고 하니까 걱정이 되는지
-그것 돈 안드나 ?
-마 쪼매 주고 달아라 했심더
-난 돈 주고는 안할끼다
-돈은 내가 벌써 줬심더
-니 돈은 돈이 아이가
-마 됐심더
이게 간판잉교
사회적 체면도 있지 .............................
-우야노 신세를 져서
-우야긴
담에 맥주나 시병사면 되지뭐
장마철이라 그런지 어젠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하였다.
-비가 오는데 간판달겠나?
할매는 새간판이 몹씨 기다려지는 모양이었다.
-내가 오늘 달아라 했으니 곧 올겁니더
-비오는데 ?
-비와도 설마 전기에 감전되어 죽을까봐예
-그래도 비오는 날에는 간판하는 사람들이 일을 안할려고 하던데
-ㅎㅎ 고런 걱정은 마이소
요런 것 조지는게 제 업무 아임니꺼
-좌우지간 니는 우예 그리 시원시원하노
간판을 달고보니 우예그리 딱 맞는지
마치 고무신 칫수처럼 그야말로 10문7이었다.
-디자인도 이뿌고 잘 되었네
근데 요거 간판비에 쪼매 보태면 안되겠나 ?하고 할매가
흰봉투를 하나 건넸다.
-마 됐니더이
모할라고 이런건 준비 해가지고
퍼뜩 주머니에 넣으소이
-그래도 사람이 맹탕 남의 신세만 지고 우예 사노
-우예 살기는요 . 지금까지 살던대로만 살면되지
그게 몬 걱정잉교
-하기사 그건그렇다
암튼 우선상 고맙다이 ...................
-고맙긴 ,,,,
사람들이 와서 저것 언 넘이 했노 하면
내가 더 기쁘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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