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820 / 왠 배꼽

커피앤레인 2008. 7. 29. 09:30

 안 정란作

 

39460

2008/7/29

왠 배꼽

 

 

 

 

해운대는 지금 배꼽들 천지였다.

꼭 필요한 몇 곳만 가리고는 가만히 있어도

눈이 시원할 정도로 백사장은 반라의 여인들로 즐비했는데

꼬래 여자라고

누군가 그것 본다고 시원해여 ....................해사면서 

시샘 아닌 시샘을 했다.

 

해서 

그래도 늙어서 쭈글쭈글한 배꼽보다는

젊은게 몇배나 더 안 낫겠나 했더니

그건 지도 동의한다고 했다.

 

 

김 사장은 저거 아파트 리모델링 해야한다며

언제 시간이 나겠습니까하고 물었다.

-가만 있어봐라 .

당신네 가게 인테리어 해준지가 언제지?

-얼마긴여

이제 거의 20년 다 되어간다 아입니꺼

-그렇제

참 지독하네 .

그걸 아직도 안고치고 그냥 쓰나

-돈만 잘 벌리면 됐지

망가진데도 하나 없는데 뭐할려고 또 돈 들일겁니꺼

-듣고보니 그것도 그렇네 .

 

 

그는 이태리 아이스크림 본젤라또 대리점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의 가게를 꾸며줄 때� 해도 

그도 아직 신혼이었던가 보다.

 

 

가게라야 겨우 2평에 불과했지만

기계만 무려 16개가 들어갔는데

그걸 한치의 오차도 없이 interior 해준답시고

도면만 8장을 그려갔더니

코오롱 지하상가 시설 담당자가 눈이 휘둥그랬다.

 

 

(아 그때가 언제였지

나도 참 젊었었나 보다.

꼴랑 그 평수에 도면을 8장이나 그리다니....)

 

새삼 지나간 시간들이 머리속을

휑하고 지나갔다.

 

암튼 그런저런 덕인지는 몰라도

그새 꽤 돈을 많이 벌었는지

해운대 신시가지에

47평 아파트에다가

예의 그 2평 가게에다가 

조그마한 땅 까지 하나 샀다니 ....

 

 

-암튼 그동안 돈 많이 벌었능가베

-돈은예

그냥 아이 둘 대학 다 보내고

기집애는 지금 유학 중이고

이제 노모님하고 울 부부 먹고 살 그 정도지예

-그라믄 부르죠아네

암튼 잘됐다니 기분은 좋다.

돈 많이 벌었다해도 내 안가져갈테니까

넘 우는 소리하지마라이

사내 자슥이 걸핏하면

와 우는 소리부터 하노

 

 

하지만 지 버릇 개 못주는지

그는 여전히 우는 소릴했다.

울 앞집은 얼마 가지고 리모델링 했는데

참 좋더라 해사면서 또 설레바리를 쳤다.

 

 

(있는 넘이 더 도둑넘이라 하더니

진짜 도둑넘인가보네 )

 

 

-해서 니 그러면 거기에 부탁해라

난 지금 금년 일정이 다 짜여져있거던 하고

뒤돌아서려는데 

 

 

 

-아이고 사장님 와 이러십니꺼

그게 아니고예

사장님이 좀 해주이소

울 집사람이 사장님이 안하면 절대 집 수리 안한다 안합니꺼

 

 

-그라믄 문둥아

최소한 예의는 갖춰야 할꺼아이가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울집 리모델링 디자인 좀 해주이소 하던지

아니면 씹은 쇠주라도 한잔 사면서

이렇고 저런데 우야믄 좋겠습니꺼 하고 물어야지

남의 집은 얼마 들었으니

요만큼만 들고 해주이소 .......................하고

시방 니가 내 엿 먹이는거가

 

 

 

디자인이란 하기 나름이고

디자이너 성향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인데

내가 모 목수 출신도 아니고

니가 뻔히 내 성질 알면서도 고 지랄이가 하고

한마듸 했더니

 

 

지도 쪼매 미안했던지

그제사 내 술한잔 살테니 나갑시더하고 손을 끌었다.

 

 

 

(옛말에도 말 한마듸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

니가 내 맘에만 들어봐라 공짜라도 해주지.

빈털털이에서 부자가 되었으면

말이라도 바뀌어야지

우예 20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리 똑 같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