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8/1
큰 스님은 오데 가셨나베
올만에
산사에 들렸더니 큰 스님이 오데 가셨는지
절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이었다.
이따금 이름 모를 산새 한마리가
몬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소리로
계속해서 울어댔다.
저 넘은 전에도 그렇게 울어댔는지
사람이야 오던지 가던지 지 할 짓만 계속했는데....
하기야 속세의 일을
지가 안들
무슨 소용이 있게냐마는 그래도 그렇지
요즘 산문을 닫니 마니 해샀는다는데
저 넘은 눈치도 없나보다.
그나저나 조계종 총무원장님은
어딜 그렇게 급히 가실려고 그러다가
차 드렁크까지 검문을 받았는지.................
그게 또 시국이 시국인지라
경찰은 경찰대로 검문을 한답시고
이 땡볕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텐데
조계종은 조계종대로
이 무더운 날씨에 그렇찮아도 짜증스러울텐데
느닷없이 불청객이 불쑥 찾아와
나 좀 살려주이소하고 몸을 피했으니
법력이 높으신 총무원장님인들
독립투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중생이 찾아와 잠시라도 피할 곳을
청하는데
매냥 모른체 하고
나무아미 타불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하기는 정부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그러다보니
일이 꼬일려고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정부는 정부대로 공권력을 무력화시킨
범법자들이오니
부디 도량이 높으신 큰 스님께서
우짜던지 저들을 설득해 돌려 보내주십사 하고 애원을 했고
큰 스님은 큰 스님대로
스님 그늘 밑에 몸을 숨긴자들이
한사코 안나가겠다고 떼를 쓰니
법력인들 무슨 효력이 있으며
공권력인들 무슨 뾰쪽한 수가 있겠냐마는
그러다보니
자연히 절 안밖이 더욱 어수선하야.....................
이 꼬라지 저 꼬라지 안볼려면
산문을 닫는게 속 편하다하고
산문을 닫으려하는가 본데
산문을 닫는거야
원래 집 주인의 권리이지만
그라믄 이 더운 날에
속절없는 세월에 속아속아
간이 다 타버린 울 같은 중생들은
도대체 오데로 간단말인가.
원래 불교에서는
모든게 다 인연법에 따라
맺어지기도하고 찢어지기도 하는 법이라 가르쳤거늘
기분이야 좀 상하시겠지만
그들도 공무를 본답시고
큰 스님 차 드렁크를 좀 연 것이니
노여움도 푸실만 하건만
그걸 또 종교적 편향이니 모니해사면서
시국법회를 열어야한다느니 우짜니 해사면서
연일 아랫사람들이 야단법석이니
불교계도 예전처럼 그리 고요하지만은 않은지
전혀 여유가 없어 보였다.
그래도 그렇지
행여 성철 스님같이 큰 스님이 계셨더라면
설마 그렇게 까지야 갔겠나
원래 출가한 사람들은
속세의 일이란게 다 덧없다 했거늘
세상일에 뭘 그렇게도 자꾸 열을 내며
시시콜콜 따지는지
내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 일은 이해가 잘 안되었다.
(차라리 큰 스님이 대통령에게 한 마듸만 해도 고쳐질걸 가지고)
하기사 무지렁이 같은 이 넘이사
뭘 알면 얼마나 알겠으며
배웠다 해봐야 얼마나 배웠겠냐마는
그래도 그렇지
성철스님이 계셨으면
사(私)보다는 공(共) 을 앞세우고
공(共)보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앞세웠을텐데
왜 울나라 불교계는 걸핏하면
산문부터 닫으려하는지 ..............................
그나저나
큰 스님은 오늘 오데 가셨노.
속세와 출가가 거기서 거기인데
오늘따라 산새들이 저렇게 슬피 우는 걸 보니
....................................
저 넘들도
요즘 산사가 너무 시끄러우니
지도 몽니를 부리는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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