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825 / 한 여름밤의 꿈이련가

커피앤레인 2008. 8. 3. 10:48

 안 정란作

 

39569

2008/8/3

한 여름밤의 꿈이련가 

 

 

 

역시 여자들은 영리하였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지가 좋아하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골키퍼를 제끼고 나오는 갑다.

영희는 초저녁부터 분위기 있는데 가자고 자꾸만 졸랐다.

 

-갑자기 니 와 그라는데 ?

-그냥

-그냥이라니 

설마 날 잡아 먹을려고 그러는건 아니겠제  

-아이고 오빠야는 생각하는게 와 그렇노

좀 엉큼하다이  

사는게 좀 그래서

바람이라도 함 새어볼까해서

오빠야 보고 가자 한건데

넘 볼걸 넘봐라

 

-그렇나 

그라믄 오늘밤에 나보고 물주하라 이말이네

-오빠야 늘 그랬잖아

시간하고 돈하고 불알밖에 없다고

-그건 그렇지

-내사마 불알은 필요없고

나이가 드니까 자꾸만 우울증 같은게 생기기도 하고

이렇게 살아서 뭣하노 하는 한심한 생각도 들고 해서

모처럼 나 좀 좋은데 데리고 가도 한건데

-그라믄 삼식이 더러 데리고 나가달라하지

(우리는 영희 남편을 늘 그렇게 불렀다)

-마 됐거던

-알았다.

그런데 둘만 가면 좀 이상안하겠나

누가 또 오나

-영애보고 오라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삼식이가 지랄지랄안하지

 

 

저녁 무렵 화명동에 산다는 촌 넘에게서 전화가 왔다.

-행님아 오데고

-어데긴 어데라

삼실 근처지

-오늘 저녁에 중앙동 갈려고 하는데 행님아 술 한잔할 래

-오지마라

이 행님 오늘 빠쁘다

송정 가야한다

-엥?

나도 기장가야 하는데

-기장 ?

기장엔 모하러

-아 울 기사 땜시 열 받아서 좀 족칠려고

근데 행님은 이 밤에 와 송정가는데

-솔베이지에 올만에 함 가 볼려고

-솔베이지 ?

누하고

-누하고는

당연히 여자지

이 촌넘아

-행님아 나도 끼이면 안되겠나?

-니도?

그라믄 우리 조 맞추자 이말이가

-와 여자 둘이나 데리고 가나

역시 행님은 대단하네

- 따라 가고 싶으면 온나

-쪼매만 기다려라 행님아

내 불알에 요령소리 나도록 달릴게

-마 천천히 온나

사고 치지말고

 

 

문디 가스나 둘을 촌 넘 차에 옮겨 태웠더니

꼬래 나보다는 영계라고

고 촌 넘 더러 오데 사는데예

뭐하는데예

내 친구 소개 해줄까예 해사면서

온갖 지랄을 다 떨었다.

 

 

-몇살인데여 ?

-몇살 ?

50을 조금 넘었는데

안될까?

-여자 나이 50이면 지나가는 개도 안쳐다본다 하던데

-그러는 그대는 몇인데여

-나도 50이지

-그라믄 피장 파장이네 뭐

-그래도 여자는 조금 에리에리하는 맛이 있어야지

-마 됐니더이

 

 

해심은 기장군 기장읍 교리  옛 군청 옆에 있었다.

입가심으로 우리 한잔 더 하자하고 한게

통기타 라이브 민속촌이 있다하여 촌 넘을 따라 갔더니

여자가 반바지에 앞치마를 입고 반갑게 맞이하였다.

보아하니 옷만 제대로 걸치면

키가 크서 그런지 제법 멋이 있어 보일 것 같았다.

우리가 들어갈 때만 해도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통기타를 들고 사내가 무대에 올라와 인사를 꾸벅했다.

 

 

 

사낸

꿈의 대화/ 고래사냥/ 영일만 친구/ 갈대의 순정등을

거침없이 불렀는데

우리도 뒤질세라

합창을 하며 박수를 치며

오빠 멋쟁이

쥑인다 해사면서 장단을 맞추어주었더니

이 친구가 신명이 났는지

몇곡을 더 신청을 받더니

개안은 손님이라고 지도 인사를 꾸벅했다.

 

 

(하긴 요럴땐 빠지는 내가 아니지 )

 

 

-행님아

-와 ?

-행님 시방 나이가 몇이고

-문둥아 고건 또 와 묻노

-행님 오늘밤 완전히 대한민국 만세네

-그라믄 여기까지 와서

베토벤이 어떻고 챠이콥스키가 어떻고 해야하나

이런 분위기엔 또 이렇게 놀아야 하는거다

이 촌 넘아

-행님아 여자들도 있는데

자꾸 촌 넘 촌 넘 하지마라

듣는 촌 넘 기분 나쁘다이

-그라믄 니가 평소에 잘 해봐라

이 행님이 니를 촌넘이라 부르겠나

-행님아

그래도 나도 어디 나가면 안빠진다.

사장님이라는 소리도 듣고

비록 수필이지만 문단에도 등단했고

클래식 매니아라 다들 말하는데

와 행님은 날 자꾸 촌 넘 촌넘 하노

 

 

-일마 이거 진짜 웃기는 넘이네

야 이 촌넘아

니가 그렇게 말하는 그 자체가 촌스럽다 이말이다.

알았나?

언 넘 왕년에 클래식 좋아 안하는 넘이 있었나

그라고 니만 글쓰나 나도 글쓴다

비록 블로그지만

 

 

술집에 가선 외상 술만 안먹고

매상만 잘 올려줘봐라

지나가는 개도 사장님 사장님 하고 부르지  .........................

-마 행님하고는 더 이상 술 안먹을란다

여보 우리끼리 한잔하자

깐빠이 .

-야...........

너거들 언제부터 여보 당신됐노

요것들 웃기네 

-오빠야

오빠야는 요럴 때 좀 빠져주면 안되겠나

-자기야 .

아.....................................

( 아이고 조  뇬 보래이

누굴 보고 자기야 하고 입에다 미역을 넣어주노

지 서방하고는 방도 같이 안 쓴다 해사면서 ................)

 

 

그나저나 그 여자 이름이 모라했제

아 ,,,,,,,,,,,,,,,,,,,

희숙이

맞다 희숙이 (해심의 여주인 이름이다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