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정란作
2008/8/3
한 여름밤의 꿈이련가
역시 여자들은 영리하였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지가 좋아하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골키퍼를 제끼고 나오는 갑다.
영희는 초저녁부터 분위기 있는데 가자고 자꾸만 졸랐다.
-갑자기 니 와 그라는데 ?
-그냥
-그냥이라니
설마 날 잡아 먹을려고 그러는건 아니겠제
-아이고 오빠야는 생각하는게 와 그렇노
좀 엉큼하다이
사는게 좀 그래서
바람이라도 함 새어볼까해서
오빠야 보고 가자 한건데
넘 볼걸 넘봐라
-그렇나
그라믄 오늘밤에 나보고 물주하라 이말이네
-오빠야 늘 그랬잖아
시간하고 돈하고 불알밖에 없다고
-그건 그렇지
-내사마 불알은 필요없고
나이가 드니까 자꾸만 우울증 같은게 생기기도 하고
이렇게 살아서 뭣하노 하는 한심한 생각도 들고 해서
모처럼 나 좀 좋은데 데리고 가도 한건데
-그라믄 삼식이 더러 데리고 나가달라하지
(우리는 영희 남편을 늘 그렇게 불렀다)
-마 됐거던
-알았다.
그런데 둘만 가면 좀 이상안하겠나
누가 또 오나
-영애보고 오라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삼식이가 지랄지랄안하지
저녁 무렵 화명동에 산다는 촌 넘에게서 전화가 왔다.
-행님아 오데고
-어데긴 어데라
삼실 근처지
-오늘 저녁에 중앙동 갈려고 하는데 행님아 술 한잔할 래
-오지마라
이 행님 오늘 빠쁘다
송정 가야한다
-엥?
나도 기장가야 하는데
-기장 ?
기장엔 모하러
-아 울 기사 땜시 열 받아서 좀 족칠려고
근데 행님은 이 밤에 와 송정가는데
-솔베이지에 올만에 함 가 볼려고
-솔베이지 ?
누하고
-누하고는
당연히 여자지
이 촌넘아
-행님아 나도 끼이면 안되겠나?
-니도?
그라믄 우리 조 맞추자 이말이가
-와 여자 둘이나 데리고 가나
역시 행님은 대단하네
- 따라 가고 싶으면 온나
-쪼매만 기다려라 행님아
내 불알에 요령소리 나도록 달릴게
-마 천천히 온나
사고 치지말고
문디 가스나 둘을 촌 넘 차에 옮겨 태웠더니
꼬래 나보다는 영계라고
고 촌 넘 더러 오데 사는데예
뭐하는데예
내 친구 소개 해줄까예 해사면서
온갖 지랄을 다 떨었다.
-몇살인데여 ?
-몇살 ?
50을 조금 넘었는데
안될까?
-여자 나이 50이면 지나가는 개도 안쳐다본다 하던데
-그러는 그대는 몇인데여
-나도 50이지
-그라믄 피장 파장이네 뭐
-그래도 여자는 조금 에리에리하는 맛이 있어야지
-마 됐니더이
해심은 기장군 기장읍 교리 옛 군청 옆에 있었다.
입가심으로 우리 한잔 더 하자하고 한게
통기타 라이브 민속촌이 있다하여 촌 넘을 따라 갔더니
여자가 반바지에 앞치마를 입고 반갑게 맞이하였다.
보아하니 옷만 제대로 걸치면
키가 크서 그런지 제법 멋이 있어 보일 것 같았다.
우리가 들어갈 때만 해도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통기타를 들고 사내가 무대에 올라와 인사를 꾸벅했다.
사낸
꿈의 대화/ 고래사냥/ 영일만 친구/ 갈대의 순정등을
거침없이 불렀는데
우리도 뒤질세라
합창을 하며 박수를 치며
오빠 멋쟁이
쥑인다 해사면서 장단을 맞추어주었더니
이 친구가 신명이 났는지
몇곡을 더 신청을 받더니
개안은 손님이라고 지도 인사를 꾸벅했다.
(하긴 요럴땐 빠지는 내가 아니지 )
-행님아
-와 ?
-행님 시방 나이가 몇이고
-문둥아 고건 또 와 묻노
-행님 오늘밤 완전히 대한민국 만세네
-그라믄 여기까지 와서
베토벤이 어떻고 챠이콥스키가 어떻고 해야하나
이런 분위기엔 또 이렇게 놀아야 하는거다
이 촌 넘아
-행님아 여자들도 있는데
자꾸 촌 넘 촌 넘 하지마라
듣는 촌 넘 기분 나쁘다이
-그라믄 니가 평소에 잘 해봐라
이 행님이 니를 촌넘이라 부르겠나
-행님아
그래도 나도 어디 나가면 안빠진다.
사장님이라는 소리도 듣고
비록 수필이지만 문단에도 등단했고
클래식 매니아라 다들 말하는데
와 행님은 날 자꾸 촌 넘 촌넘 하노
-일마 이거 진짜 웃기는 넘이네
야 이 촌넘아
니가 그렇게 말하는 그 자체가 촌스럽다 이말이다.
알았나?
언 넘 왕년에 클래식 좋아 안하는 넘이 있었나
그라고 니만 글쓰나 나도 글쓴다
비록 블로그지만
술집에 가선 외상 술만 안먹고
매상만 잘 올려줘봐라
지나가는 개도 사장님 사장님 하고 부르지 .........................
-마 행님하고는 더 이상 술 안먹을란다
여보 우리끼리 한잔하자
깐빠이 .
-야...........
너거들 언제부터 여보 당신됐노
요것들 웃기네
-오빠야
오빠야는 요럴 때 좀 빠져주면 안되겠나
-자기야 .
아.....................................
( 아이고 조 뇬 보래이
누굴 보고 자기야 하고 입에다 미역을 넣어주노
지 서방하고는 방도 같이 안 쓴다 해사면서 ................)
그나저나 그 여자 이름이 모라했제
아 ,,,,,,,,,,,,,,,,,,,
희숙이
맞다 희숙이 (해심의 여주인 이름이다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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