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가을새는 다시 울지 않는다

가을새는 다시 울지않는다

커피앤레인 2008. 9. 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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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새는 다시 울지않는다

written by j.i.woo

 

 

 

 

 

 

 

가을은 아무리 생각해도 남자에겐 참 잘 어울리는 계절이었다.

따뜻하면서도 쌀쌀하고 포근한 듯 하면서도 의외로 외로운 계절이었다.

누군가 함께 있고 싶기도 했지만 또 성가신게 싫은 계절이기도 했다.

남잔 약간 두툼한 쉐타에 스카프를 두르는걸 무척 좋아했다.

그 위에 얇은 바바리를 걸치고 자주 클래식 다방에 앉아 원두 커피를 즐겼다.

하지만 어느 때 부터인가 클래식 다방들이 하나 둘 문을 닫아버리자

남잔 마치 둥지 잃은 새처럼 이리저리 방황했다.

외로움이 스몰스몰 기어오르면 남잔 낡은 구식 니콘 카메라부터 찾았다.

간이역은 언제나 빛바랜 오래된 사진처럼 황량했다.

남잔 그런 풍광을 좋아했다.

이미 폐혀가 된 상상 속의 간이역을 찾아 남잔 끊임없이 돌아다녔다.

남자에게 있어서 돈은 그리 중요한게 못되었다.

하지만 돈은 필요악이라고 남잔 생각했다.

없으면 너무 초라하고 있으면 반대로 거만했다.

남잔 오래간만에 담배를 피우며 쇼펜하우어를 기억했다

여자와 돈은 같은 것인데......하고

 

 

사랑은 생각보다 더 시시했다.

욕망에 불탈땐 모든걸 다 사를 것 같았지만 막상 불이 끄지만 그보다 더 천덕꾸러기도 없었다.

마치 여름철 장마처럼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불이 지나간 자리엔 언제나 타다남은 흉물스러운 것들이 여기저기 흝어져있었다.

때문에 시시콜콜 서로를 간섭했다.

사람들은 그걸 미운 정이라고 미화했다. 하지만 그건 소유욕만 남은 가시였다.

가시에 찔릴 때마다 남자는 여자를 미워했고 여자는 남자를 미워했다.

결국에는 미움은 의심을 낳았고 의심은 증오를 가슴 깊숙히 숨겼다.

하지만 신은 인간에게 망각이라는 약을 선물했다.

그토록 미워하다가도 자주 몸을 깨웠다.

그러곤 또다시 몸을 섞었다.

여잔 자주 눈물을 보였다.

그러다가 사랑해요 /미안해요하며 미칠듯이 문자를 때렸다. 

남잔 그러한 여자에게 길들여져진지 오래였다.

 

 

장대 열차는 생각보다 더 느릿느릿 달렸다.

언젠가 도룡용의 서식지라면서 마구잡이로 공사를 하면 어떡해?,,,,,,,,,,,,,,,,,,,,,,,,하며 드러누웠던 여승은

지금쯤 뭘할까? 무척 궁금했다.

철없디 철없는 여승 한 명 때문에 국책사업이 몇년간이나 지연되었다며 다들 핏대를 올렸지만

남잔 그런 순진함 때문에 우리는 때때로 더디 가는 법을 배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잔 단 한번도 그 여승의 편은 들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