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857 / 절로 가는 여자

커피앤레인 2008. 9. 18. 11:14

 

유선경 作

 

39699

2008/9/18

절로 가는 여자

 

 

적막이 그립거나 고요한 솔바람 소리가 생각나면

난 절엘 갔다.

한데 이 넘이 아는 어느 여인은 음력 초하루나 보름이면

꼭꼭 절로 갔다.

아마도 이 날 만큼은 부처님께 뭔가 기도라도 해야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었다.

해서 나더러 자주 절에 같이 가자고 했지만

난 또 그와 정반대이다 보니 그의 신심은 존중 했지만

완곡히 거절을 하곤했다.

 

그렇다고 이 넘이 불교에 대하여 폄혜하거나 싫어하는건 아니었다.

내 주위에도 많은 불자가 있고 스님도 있기 때문에

종종 그들과 어울려 식사도 하고 놀기도 하였는데

종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뿐이지 결국은 인간 구원이라는

목적은 비슷한 것 같았다.

 

중국에 사는 여잔

이제사 제정신이 좀 드는지 메일을 보내 소식을 전했다.

마음 같아서는 추석전에만 해도 잡아 죽이고 싶었지만

오늘 새벽엔 지도 지 나름대로 말못할 어려움이 많았겠지 하고

왠지 불쌍한 생각이 들어

자꾸 나도 모르게 기도가 되었다.

 

 

노벨 문학상을 탄 샤무엘 베게트는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두 사나이가 고도(神)을 기다리며

 한 평생을 기다렸지만  결국 고도는 오지 않더라는

뭐 그런 메시지를 던졌지만

조금이라도 영적세계를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이 오히려 얼마나 더 허망한가를 알텐데 .......................

그는 그걸 정녕 이해 못한 것일까.

 

 

해서 우리네 무지렁이 같은 사람들은

절이던지 교회던지 성당엘 가야

비로소 마음도 가다듬고  

머리도 숙이고

그리곤 빈 마음에  

하나님이던지 부처님이던지 

신의 음성을 듣길 원하는데

 

 

그게 또 자기만이 체험할 수 있는 은밀한 비밀이다보니

다들 자기들 것만 좋은거라고 여기는가 본데  ..................

 

 

암튼  하나님이던지 부처님이던지

그의 종교가 불교던지 기독교던지 천주교던지

본심이 문제지

그 사람이 어느 곳에 있던지

그건 별로 문제 삼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말이 났으니 하는 말이지만

교회엘 다녀도

허구한 날 사람에 가려서 허공을 맴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절엘 가도 세상의 잡다한 딴 생각만 들었지

스님의 법문은 소귀에 경 읽듯이 

 귀 밖에 흐르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이 가을은 그나마 한 해를 결실해야하니

평소에 미웠던 사람

고까웠던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라도 함 해볼까............................

 

아마 내 눈에 미웠던 그 인간들이  

저거 눈엔 오히려 내가 더 미웠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