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경 作
2008/9/18
절로 가는 여자
적막이 그립거나 고요한 솔바람 소리가 생각나면
난 절엘 갔다.
한데 이 넘이 아는 어느 여인은 음력 초하루나 보름이면
꼭꼭 절로 갔다.
아마도 이 날 만큼은 부처님께 뭔가 기도라도 해야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었다.
해서 나더러 자주 절에 같이 가자고 했지만
난 또 그와 정반대이다 보니 그의 신심은 존중 했지만
완곡히 거절을 하곤했다.
그렇다고 이 넘이 불교에 대하여 폄혜하거나 싫어하는건 아니었다.
내 주위에도 많은 불자가 있고 스님도 있기 때문에
종종 그들과 어울려 식사도 하고 놀기도 하였는데
종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뿐이지 결국은 인간 구원이라는
목적은 비슷한 것 같았다.
중국에 사는 여잔
이제사 제정신이 좀 드는지 메일을 보내 소식을 전했다.
마음 같아서는 추석전에만 해도 잡아 죽이고 싶었지만
오늘 새벽엔 지도 지 나름대로 말못할 어려움이 많았겠지 하고
왠지 불쌍한 생각이 들어
자꾸 나도 모르게 기도가 되었다.
노벨 문학상을 탄 샤무엘 베게트는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두 사나이가 고도(神)을 기다리며
한 평생을 기다렸지만 결국 고도는 오지 않더라는
뭐 그런 메시지를 던졌지만
조금이라도 영적세계를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이 오히려 얼마나 더 허망한가를 알텐데 .......................
그는 그걸 정녕 이해 못한 것일까.
해서 우리네 무지렁이 같은 사람들은
절이던지 교회던지 성당엘 가야
비로소 마음도 가다듬고
머리도 숙이고
그리곤 빈 마음에
하나님이던지 부처님이던지
신의 음성을 듣길 원하는데
그게 또 자기만이 체험할 수 있는 은밀한 비밀이다보니
다들 자기들 것만 좋은거라고 여기는가 본데 ..................
암튼 하나님이던지 부처님이던지
그의 종교가 불교던지 기독교던지 천주교던지
본심이 문제지
그 사람이 어느 곳에 있던지
그건 별로 문제 삼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말이 났으니 하는 말이지만
교회엘 다녀도
허구한 날 사람에 가려서 허공을 맴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절엘 가도 세상의 잡다한 딴 생각만 들었지
스님의 법문은 소귀에 경 읽듯이
귀 밖에 흐르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이 가을은 그나마 한 해를 결실해야하니
평소에 미웠던 사람
고까웠던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라도 함 해볼까............................
아마 내 눈에 미웠던 그 인간들이
저거 눈엔 오히려 내가 더 미웠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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