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913/ 강나루에서

커피앤레인 2008. 11. 1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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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2

강나루에서

 

 

낙엽이 떨어지면서 주변도 몹씨 분주하나보다.

여기저기서 시화전이다 낙엽제다 하면서

저마다 늦가을의 마지막 정취를 달래려는지

오늘은 강나루에서 시와 사진전이 열린다고

정교수는 저녁에 거기서 만나자고 하였다.

 

아마 얼마전에 백두산에 갔다왔다하더니 

그도 시심이 동했는지

못내 한줄 글을 남겼나보다.

 

 

언제부터인가

 그동안에 했던 작업들을 모두 모아

이 넘도 작품집이나마 한권 내어봐야겠다하고

사진들을 모았는데  

뜻하지 않게 여러번 이사를 거치는 동안

옛날에 모아두었던 사진들이 어디로 다 갔는지

도통 보이질 않았다 .

 

 

해서

더 늦기전에

우선 있는 것들이라도 다시 카메라에 담아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주변에 있는 작품들을 하나 둘 카메라에 담으려고 

 길을 나섰더니만

이미 입동이 들어서서 그런지

오후의 햇살이 예상외로 짧고도 따뜻했다.

 

 

원래

건축물이나 실내 인테리어는 작업을 마친 다음

바로바로 사진을 찍어둬야

그 때 그 맛이 젤 잘나는 법인데

세월의 때가 묻고나니

집집마다 빨래줄이니 에어콘 파이프니 해사면서

여지저기 잡다한 것들이 널브르져 있어서

앵글을 맞추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하지만

몇 컷이라도 해 있을 동안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아야겠다하고

연방 셔트를 눌렀더니

지나가는 아짐씨가

여긴 가난한 사람들만 살아서

사진찍을데가 별로 없을건데 ,,,,,,,,,,,,,,,,,,,,,하고는

지혼자 모라 궁시렁궁시렁했다.

 

 

나타샤는 생트부르크에서 한국에 다시 돌아온 모양인지

when did you come back .,,,,,,,,,,,하고 반갑게 물었더니

a month ago 라고 대답을 하였다.

아마도 근 일년만에 한국에 돌아와서 그런지

나타샤는 반갑다는 표시를

길거리에서도 유감없이 표시했는데

 포옹을 하며  뾸을 부비며 한동안 난리를 피웠다.

 

 

아마

한국 아짐씨 같았으면

일년이 아니라 십년이라도

넘사스럽게 길거리에서 이게 모꼬 하고

줄행랑을 쳤을게 뻔한데

 

그녀는 누가 보던지 말던지

 계속해서 뽈에다 키쓰를 해대어

보고싶었다니 우쨌다니 해사면서

계속해서 영어로 모라모라 해서

한편은 좋고

한편은 또 부끄럽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암튼

노 사연의  노래 가삿말 처럼 

저만치 앞서가는 님  뒤로

긴 그림자 드린 밤

님의 긴 그림자 밟으려 하니

 서러움에 가슴 에이네,,,,,,,,,,,,,,,,,,,,,,,,,,하더니

이 가을은 계절이 계절이다보니

가만히 있어도 왜

지나간 뇨자들 생각이 그리 많이 나는지 ............

 

 

물론 그들도

이젠 맘잡고 다들 잘 살고 있겠지만

낙엽이 지니 그게 또 그랬는데

 

 

이렇던지 저렇던지

오늘밤은 아무래도 강나루에서

시인들과 어울려

가는 세월을 아쉬워하며

씹은 쇠주라도 한잔 들이켜야 할것 같은데

설마 오늘도

니 노래 함 불러봐라 그러진 않겠제 ...........................

(만약에 또 불러보라하면 뭘로 저 넘들 기를 죽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