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940 / 찹쌀떡 아줌마

커피앤레인 2009. 1. 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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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8

찹쌀떡 아줌마  

 

기차는 밤새 덜거덕거리며 달렸다.

겨울바람이 꽤나 차서 그런지 멀어저가는 풍경이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동성로는 한참 리모델링 중인가보다

여기저기 전선파이프가 나와있었고

대구역은 그새 롯데백화점과 잘 어울려 있었다.

잠시 대구 경기도 살피고 디자인 수준도 볼겸 백화점 이곳저곳을 훑어봤더니

왠 남정네가 저거 명품점을 기웃거리냐는 듯이 백화점 점원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사람을 힐끗 힐끗 쳐다봤다.

마침 에스컬레이션을 타려다가

다이아몬드 보석상 앞에서 잠시 머물었더니

목거리 하나가 자그만치 천 몇백만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누군가 자존심이 상한다면서 선물을 하려면 최소한 10,000,000원 짜리는 사주어야지 하던 생각이 났다.

그라고보니 여자들은 천만원 이천만원이니

명품이란게 퍽 익숙한가보다,

그에 비해 맥주 시병 값에도 손을 발발떨며 카드 결제 되죠하는

우리네 꼴은 우습다 못해 초라하기조차 했다.

삼계탕집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대구에 오면 늘 가던 곳이라 그런지 이 집만 오면 왠지 마음이 편안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잠시 커피숍에 들려 우린 오랜만에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했다.

그리곤 노래방에 들려 각자 한곡씩 했는데

여자들은 아무래도 눈물이 많은가보다,

동행을 부르는데 갑자기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너 왜우는데 ? ,,,,했더니

그냥 눈물이 나온다고 했다.

혹 저거 신랑하고 몬 일이 있었나 ?

하기사 설혹 저거 신랑하고 몬일이 있다한들 내가 해결사도 아니고

아마도 아이들이 다 크고나니 세상사는 재미가 예전만 같지 않은 모양인가보다.

하지만 더 이상 물으면 괜히 분위기만 어색할 것 같아

긴머리 소녀로 분위기를 바꾸었더니 여자들은 역시 소녀시절이 좋은가보다

그제사 박수를 쳐댔다.

바깥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대백근처에만 사람들이 오골오골 했고

그 나머지는 거리가 꽤나 한산했다.

우린  남북으로 서로 찢어졌다.

홀로 남쪽으로 내려왔지만 오밤중이라그런지 

기차 안은 의외로 자리가 텅텅비어있었다,

그제사  

동성로 지하도 계단 옆에 쭈그리고 앉아

찹쌀떡 떨이를 해달라던 여인이 문득 떠올랐다.

남은거라고는 겨우 5개 정도 밖에 안되었는데도

열차시간표에 맞추는라 허겁지겁 걸어오다보니 그것 사 줄 여유조차 없었나보다,

해서 표를 산 다음 다시 그 자리에 가보니

여인은 어디론가 벌써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그새 떨이를 다했나보다,

다행이었다.

그나마 조금 일찍 집에 돌아가 아이들하고

자질구레한 얘기를 하며 오손도손 잠이 들 걸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편안했다.

사람사는게

돈이 전부는 아닌데 ........................찹쌀떡은 잘 팔리는지 .

 

 

 

 

담엔 꼭 사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