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9
이걸 마눌 한테 알려야하나
비는 간헐적으로 쏱아졌다.
하지만 방안에서 듣기는 연방 봄비가 오는 소리 같아 기분이 묘했다.
아마도 날씨가 조금 풀린 탓인가보다,
모처럼 빗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여간 반갑지 않았다.
누군가 책을 한권 건넸다.
남부詩라는 시집이었다.
한데 표지가 조금은 촌스러워 보였다.
1956년 부터 2005년 까지 등단한 남부시인들이 제다 모였는지
제각끔 한편씩 선을 보였는데 개중에는 이 넘이 아는 인물들도 더러 있었다.
한데 정작 출판 기념회에서 술잔을 함께 나눈 임 수생시인의 시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늘 詩는 저항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저항이란 어떤 의미를 깔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는 신문사 논설위원도 했고 시인협회회장도 했지만
그의 정신세계는 여전히 일본 제국주의 시대와 해방후 좌우 대립으로 빚어진
태생적 아픔과
오늘의 대한민국이 서로 얽히고 설켜있어
때로는 가까우면서도 때로는 먼 그런 인간적 간극만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투박해도 그가 밉지 않은 것은
그의 내면속에 숨겨진 인간적인 순수함이 아직도 건재하기 때문이었다.
해서 어떤 사람은 그를 너무 순진한 사람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너무 고집에 세고
도도하다고 욕을 했지만 그건 각자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이 넘이 논할 바는 아니었다.
그도 이젠 70줄에 들어섰는지 기억이 자꾸 아물아물 한다고 했다,
해서 이 넘을 부를때도 이봐라 임금아 .....................해 놓고는
돌아서서 니 이름이 모꼬 하고 조금전에 물은 이름을 또 물었다.
아니 임금은 뭐며 니는 뭡니꺼 ?
니 성이 임금 우씨 아이가 ........................
그러니 임금이지 근데 이름을 까먹었다
아이고 선생님도 .....조금전에 가르쳐줬다 아입니꺼
그렇나 ..............
그건 그렇고 요즘 사업은 잘되나 ?
요즘 사업이 잘되면 그건 간첩 아입니꺼
그라믄 모 묵고 사노
모 묵고 살긴예...... 로또 하는 재미로 살지예 ?
로또,,,,,,,,,,,,,,,,,,,,,,,,,,,?
나도 언제 그것 함 해봤는데 안되더라 .
하긴 이런 말하는 이 넘도 그새
로또를 몇번 사봤다고 내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몬가 일을 저질렀으면 뿌리를 뽑아야할낀데 ................
해서
비도 오고 노는 날이다보니
그냥 있기가 뭣해서 책상머리에 앉아 곰곰히 생각을 다시 해보았더니
로또라는 이 인간이 웃겨도 여간 웃기는게 아니었다.
원래 이 넘은
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걸 좋아하는 편인데다가
매너를 중시하는 편인데
간혹 음주 가무를 즐기다보니
사람들은 이 인간은 천방지축 지 멋대로 사는 인간인줄 아는 모양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명색이 디자인을 한다는 사람이 품격이 있지
어찌 그렇게 살 수만 있으랴
한데 로또 요 넘은 가만히 보니까
전혀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을 뿐 만 아니라
이성적이지도 않은게
지 굴러가고 싶은대로 굴러가서는
사람의 운명을 올렸다 놓았다해서
나도 한 오기가 있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하듯이/
비 이성적인 것은
비 이성적으로 대해야 한다면서
원시적인 기구를 하나 만들어 뺑뺑이를 돌려봤더니
오 마이 갓 ...................................
이게 모꼬
내 이성으로는 도무지 조합이 안되는 번호가 톡톡 튀어나오는데
아무리 봐도 신통망통했다.
해서 이번에는 양산박에 한번 안가기로 하고
거금 10,000원을 투자했는데
그나저나
이러다가 진짜 대박을 터뜨리면
이걸 마눌한테 알려야 하나 안알려야 하나 ..........................
요게 고민일세.
(그라믄 언 뇬이 지하고는 전혀 상관 없으면서
아이고 인간아 인간아 우찌 그리사노 하고.............
울 마눌보다 지가 더 분기탱천하겠제
하기사 조강지처 내버리고 잘 되는 넘 하나도 없다하더라만
그라믄 조강지첩들은 우예야하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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