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958 / 겨울바다를 가다

커피앤레인 2009. 2. 8. 11:52

 

서 혜연作

 

39812

2009/2/8

겨울바다를 가다

 

 

롯데백화점 골격이 어느정도 마무리 되었나보다,

층층마다 공조시설 파이프를 설치하는지 은빛 보온제가 유달시리 눈에 띄었다.

다리를 건너올 때해도 저만치 해가 있었는데

빨간 등대에 다다르자 해는 이미 아파트 지붕에 걸린체 한동안 꼼작달싹도 하지 않했다.

절영로 산책길은 예전만큼 사람이 그리 많지않았다.

겨울이라서 다들 집안에 머물러 있나보다,

하지만 바다는 여전했다.

파도에 떠밀려온 작은 자갈들이  해안 한귀퉁이에

마치 소꿉장난하듯이 그렇게 소복히 쌓여있었다.

누군가 다리를 열심히 들어 올렸다 내렸다하며 운동을 했다.

오늘따라 바람이 없어서 그런지 바다는 더 고요했다,

이따금 파도가 밀려왔지만 전처럼 힘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해가 다 지기전에 그나마 풍광 몇장이라도 더 얻으려고 열심히 샤터를 눌렀지만 아무래도 빛이 부족한 것 같았다.

해서 조리개를 있는대로 다 풀고 타임도 최대한으로 느리게 한 다음

다시 몇 컷을 더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절영로 산책길은 해안을 따라 펼쳐져서 그런지 거의 윈시림이나 다름없었다.

해서 약 2km 남짓한 거리를 따라 걸으면 어느새 무인도에 온 것처럼

산과 바위와 바다 밖에는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만큼 참 호젓했다.

마눌은 구정 후유증인지 감기끼가 조금 있다며

틈 나는대로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며 전화를 때렸다.

어느 틈엔가 둥근 달이 떳고 먼바다에 정박한 배들도 불이 켜져있었다.

캄캄한 밤에 대충 헤아려봐도 60척은 족히 되어보였다.

동삼중리 제주복국 집앞 포항 물회집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바빴다,

정애는 이 늦은 시간에 왠일이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색을 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를 늘 정옥이라고 불렀다.

- 언 뇬을 만났는데 남의 이름을 자꾸 정옥이 정옥이 하고 불러요 내 이름은 정애,,,,예요 해사면서 뭐라뭐라 또 궁시렁궁시렁 거렸다.

-아차 몬 이런 실수를.............

-그래 정애였지

근처 임마누엘  교회(옛 동삼제일교회)는 여전했다.

동기수련회를 하는지 아이들이 본당 안에 가득했다.

목사관과 식당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화가 없어보였다.

하긴 이 넘의 애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그런지

더욱 정이 가는 건물이었다.

해서 이곳 저곳을 다시 한번 둘러보다

10여년전에 심었던 벚나무며 개나리며 연산홍을 둘러보았더니

이젠 제법 어른이 된듯이 울이 되어 있었다.

아 ,세월이 참 빠른갑다,,,,,,,,,,,,,,,,,,,,,,,,,,,,,,,,,,하며

새삼 월광곡에 취해 어딘가로 향했던 베토벤처럼

교교한 달빛 숲속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

저들은 내가 왔다간걸 알기나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