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956 / 그게 맘대로 잘되려나

커피앤레인 2009. 2. 5. 11:11

 

 붓끝으로 작업하는 한국화가 무진 정룡선생 모습

39806

 2009/2/5

그게 맘대로 잘되려나

 

 

김훈의 칼의 노래는 문장이

마치 검투사의 칼날처럼 절제미가 넘치고

날카로왔다.

이따금 대나무 잎을 흔들며 지나가는 겨울 바람처럼  

때론 오싹하기도 했고

때론 허허벌판을 걸어 소를 팔고 되돌아오는 외할아버지의

그 허한 마음처럼 울지못하는 백성의 아픔이 녹아 있어

가끔은 책을 읽다가도 가슴이 저렸다.

그는 한 페이지 글을 쓰기위하여 다른 사람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하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엔 곰삭을대로 곰삭은 묵은 김치맛이 났다.

 

 

언젠가 김 철수 미술관을 디자인하면서

한 2주간을 꼬박 새운일이 있었는데

물론 틈틈이 토기잠을 잤지만

머리속은 온통 그 집 밖에 떠오르지 않을정도로 

강박관념에 시달린 경험이 있었다.

 

 

특히 그의 신분이 신분이다보니

더 그런 것 같았는데

그는 이미 뉴욕에서도 한두차례 전시를 할 정도로

울나라에서는 내노라하는 작가이면서 또한 현직 미대 교수이다보니

자칫하면 이것도 디자인이라고 내어 놓았나 하고

퇴박을 맞을 것 같아

약간은 긴장이 되었는지

마지막 드로잉 작업을 할땐 사무실 직원마저 다 내보내고

며칠 쉬라하고 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김교수는 첫 눈에 작품이 넘 맘에 든다고

실시설계를 바로 맡기자했는데 ............................

 

 

하지만 건축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선을 살리지못하고 뭔가 모르게

직선과 곡선을 헝클어 버려 조금은 아쉬웠다.

하긴 그건 기초설계 이후 부턴 이 넘이 관여할 바가 아니어서

뭐라 말 할 계제가 아니었지만

암튼 좀 그랬다,

 

 

한데 종종

누군가 당신은 설계요? 시공이요? 하고

뚱단지 같은 질문을 해서

난 내가 디자인 한 것만 주로 짓는다  했더니

좀 특이하네 하고 요 인간이 고개를 또 갸우뚱했다.

하긴 그사람 입장에선 그럴지도 모를끼다.

하지만 거기엔 그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좋은 천이라도 바느질하는 사람에 따라

옷매무새가 다르듯이 집도 그와 비슷했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도

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맡기면

설계가 어찌 되었던간에

지 눈높이에서 짓다보니 천편일률적인 집이 되거나

아니면 사꾸려틱한 집을 만들어놓고서

잘 지었죠 하고 묻는 바람에

사람을 꽤나 당황하게 만들었는데 ..................

설계도 그와 비슷했다.

 

 

해서 한 두채 설계를 넘겨주고부터는

이젠 왠만하면 기초설계는 이 넘이 하고

본 설계는 친구에게 맡긴 다음

시공만은 힘이들던지 아니 들던지

그게 또 돈이 되던지 안되던지간에 불문하고

내 작품이니까 내가 한다하고

노가다와 어울려 현장에서 뛰어 놀다보니

이 넘도 어느새 반풍수가 되었는지

사장님요

우리 집 꼬라지가 와 이렇능교하고

욕하는 인간은 아직 한 사람도 만나지 않았는데

문제는 공사 끝나고 나면

요 넘의 오까네가 나이였다.
(요때 일본말로 돈이 없다는 걸 나이로 쓰는 건 틀린 것 아이가 ?..

하긴 지도 모르고 나도 모르니 그냥 넘어가기여 )

 

그나마 이 세상에 살면서

하나님 하고 여자 빼고는

노가다하고 노는게 젤 잼 있어서  

아직까지 요 모양 요 꼬라지로 살고 있는데

그나마 외할아버지 장에 나가 외양간 소 팔고 돌아오며

술 한잔에 구성진 노래 가락을 흘리면서

외로운 마음을 달래는 그런 허망함은 없어

그것만이라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한데 언젠가 추 지영씨가

우샘 내 미술관도 하나 부탁합니더이 하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고건 아직까지 머리 속에서 잠이 덜 깼는지 떠오르지도 않고

무진 참빛 미술관은

새벽녘에 무심코 벽에 붙어있는 부채를 보다가 

아 그래 ..........................이거네 해사면서

재료는 주로 흙과 나무와 돌로 짓되

 때론 퍼포먼스도 할 수 있도록

마주보는 두개의 합죽선 ,,,,,,,,,,,,,,,,,,으로 연결하자 했는데

 

 

그나저나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듯이

그런 절제된 감정과 선과 형태가  어우러진

모 그런 인간적인 이미지가

물씬 묻어나는 조형물이었으면 좋을텐데

그게 내 맘대로 될지 그게 또 고민이었다 .

(애고 ......인간은 이래도 고민 저래도 고민인가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