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성/ 4
written by j.i.woo
차라리 이 참에 나도 갈라설까?
갈라서면 ......
아이들은? 친정엔 뭐라고 둘러대야하지?
여자는 조금씩 머리가 복잡했다.
여잔잠시동안이나마 깊은 잠에 빠졌나보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간단히 가운만 걸친체 여잔 잠깐 바깥을 내다보았다.
겨울비답지 않게 안개가 자욱했다.
커피포트에 물을 부으며 그제사 집 나간 남자를 기억했다.
한때는 끔직이도 좋아했는데 어디서 뒤틀렸는지 여자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
변한게 있다면 연애시절에 미쳐 보지 못했던 성격이라고 여자는 단정했다.
매사에 지나치게 소심한데다 역마살 같은 방랑끼 마저 있었다.
조그마한 것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때로는 식탁 위에 그릇 놓는 것 까지 간섭을 했다.
여자는 매번 자존심이 상했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않았다.
그보다 더 화를 내게하는 것은 남자의 방랑끼였다.
남잔 틈만 생기면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
대개의 경우 외지에 사는 지인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어쩌면 여자에게서 남잔 비와 같은 그런 존재였다,
너무 많히 쏱아져도 칙칙했고 너무 건조해도 모든게 메말랐다.
하지만 여잔 봄비 같은 존재였다.
불행하게도 봄비는 여자가 생각하는 만큼 그리 오래가지도 길지도 않았다.
여잔 오랜만에 긴 소파에 기댄체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는 창밖을 내다봤다.
유기견 한 마리가 어디론가 걸어가는게 보였다.
여잔 종종 그 여름 바닷가를 기억했다.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갔다.
남잔 창가에 앉아 커피의 유래에 대하여 열심히 설명을 했다.
여잔 커피에 대해서 아는게 별로 없었다.
그냥 아메리카노나 커피라떼 정도 알 뿐이었다.
남잔 그런건 아무데서나 마실 수 있다며 기어이 아이리쉬커피를시켰다.
빨간 앞치마를 입은 여자 종업원이 커피잔을 가지런히 놓으며 맛있게 드세요 하고
정중히 인사를 했다.
-맛이 어때요 ?괜찮아요?
남자가 다정하게 물었다.
-괜찮네요. 생각보다는,,,,,
위스키가 한방울 들어 간 것 같은데요
-마자요.
사실은 그 맛에 마시는겁니다.
-아..............
죽은 남자의 기억은 그게 전부였다.
남자의 죽음은 전혀 뜻밖이었다.
적어도 남자가 죽기 전 까지만 해도 여잔 이 남자가 내 남자라고 믿었다.
불행히도 여자의 달콤한 사랑은 거기까지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렸다는건 한 여자의 운명을 바꿀만큼 혼란스러운 충격이었다.
비가 내리면 여자는 유독 그 남자만 기억했다.
하지만 남자가 죽은 이 후로 여자는 단 한번도 소리내어 울지 않았다.
죽은 남자와의 약속을 지키는건 그것 뿐이라고 여잔 생각했다.
-나 죽어도 절대로 울기없기요. 알았죠. 사랑해요.
-네. 알았어요.나도 사랑해요.
화장장을 나서면서도 여잔 애써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