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충순作
여자의 성/ 10
written by j.i.woo
-죄송하지만 배꽃마을로 가요
-배꽃마을은 여기서 꽤 먼데요.
-그래도 거기로 가요.
-왜 마음이 바뀌었어요?
-아뇨. 그냥 부모님을 좀 뵙고 싶어서요.
-네에.
사실 남자친구의 집에서 안개마을은 꽤 먼거리였다.
족히 두어시간은 달려야 하는 거리였다.
예나 지금이나 비가 오는날 엄마의 집으로 가는 길은 질퍽질퍽했다.
하지만 낯익은 풍광이 눈에들어오자 여잔 마음부터 한결 편안했다.
엄마의 집은 동네에서도 외딴 곳에 있었다.
좌우로 배밭이 있었고 드문드문 대문 없는 집들이 눈에 띄었다.
교통이 불편해서 그렇지 아직도 옛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잔 아빠의 얼굴을 어렴풋이 기억했다.
아빤 당시 메이저 신문의 지방 주재원이었다.
본가가 서울에 따로 있었다.
엄만 아빠의 첫 인상을 아주 또렷이 기억했다.
훤출한 키에 이목구비가 뚜렸하고 달변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아뜨리에에 아빠가 찾아와 흑장미 한다발을 놓고간게 두사람의 첫 만남이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엄만 남자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고 하였다.
더구나 가정을 가진 남자는 엄마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두사람의 만남은 그리 평탄치 못했다.
엄만 남자가 찾아올 때 마다 더 냉정하고 더 쌀쌀하게 대했다고 했다.
그건 엄마의 자존심이기도 하고 결백증 같은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빤 좀처럼 포기하지 않았다.
귀찮을 정도로 따라다니며 생일이며 전시회에 나타나 어김없이 흑장미를 주었다고 했다.
엄만 아빠를 자주 블랙리어라고 말했다.
워낙 블랙커피를 좋아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