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충순作
여자의 성/ 13
written by j.i.woo
당시만해도 결혼은 여자에겐 유일한 탈출구였다.
사랑이란 묘약은 여자의 상처난 마음을 어루만지기에 조금도 부족하지않았다.
더구나 하루종일 누군가를 기다린다는건 무미건조한 일상을 단숨에 바꾸어버렸다.
전화벨 소리에도 가슴이 심쿵했다.
-근사한 레스토랑 잡아놓았어. 7시에 만나.
여자는 사랑은 부드러운 눈빛을 주고 받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포도주 잔을 부딪칠 때도 남잔 무척 다정다감하게 말했다.
어쩌면 사랑은 갓 피어난 흰장미처럼 더없이 순수한 그 무엇이었다.
_여기 분위기 어때?
-격조가 느껴져요.
-우리 나이 들어서도 이런데 자주 올까?
-좋아요.
하지만 여자는 흰장미가 조금씩 시들어간다는걸 미쳐 깨닫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게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순수했던 마음도 상큼한 향기도 예전 같지만 못했다.
생각없이 불쑥 불쑥 던지는 한마디에도 여잔 자존심이 상했다.
마치 남몰래 아끼던 물건들이 조금씩 망가지는 것 같은 허탈감에 여잔 자주 속으로 울었지만
그나마 남편이라는 존재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위로가 되곤했다.
그제사 여잔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