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처마에 떨어지는 저 빗방울은

커피앤레인 2009. 2. 22. 15:12

 

서 혜연作

 

39838

2009/2/22

처마에 떨어지는 저 빗방울은 

 

 

 

 

 

온종일 비가 내렸다.

겨울비이라기 보다는 봄비에 더 가까운지

처마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예사 굵지 않았다.

한동안 정신이 어데 팔렸있었는지 책이 도통 눈에 들어오지않았다,

하기사 경제가 어렵다하니 노가다인들 마음이 편할리가 만무했다.

이 사장은 그나마 날일을 맡았는지

일있소? 하고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했다.

-몬 일이 있나

날씨도 그런데다가 경제도 이러니 우야겠노

-그렇죠

-몬일이라도 하나

-하기는  ......그냥 노니 남의 날일 며칠 봐주고 있죠

-그래도 다행이네

거기 잡부는 안 쓰나 ?

-잡부는 와요

-내 며칠 잡부할려고

-아이고 사장님 같은 분을 우예 잡부로 쓰능교

차라리 내가 잡부를 하면 했지

-그냥 웃자고 한 소리다

-사장님이 잘되야 우리 쫄따구들이 먹고 살긴데

그나저나 일이 없어 큰 일입니더

-그래 

암튼 수일 내로 막걸리라도 한잔하자.얼굴 잊어버리겠다,

-사장님 힘 내이소

-응 고맙다

 

 

비는 아무래도 종일 올려는가 보다,

비가 오면 늘 마음이 편안해서 좋아했는데

오늘따라 휴일이라그런지 더 주위가 조용했다.

침대 위에서 늑장을 부리다가

난로부터 켠 다음 잠시 기도를 하곤 커피를 끓이려다 말고

엊그저께 산 딸기 생각이 났다,

순간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그나마 보관이 잘 되었는지 여전히 색갈도 아름답고 물건도 싱싱했다.

여늬때 같으면 생것으로도 먹고 소금에 찍어 먹어 보기도하고

설탕에 묻혀서 먹어도 봤지만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언젠가 잡지에서 본 그대로 꿀에 절여서 함 먹어보고 싶었다.

 

 

해서 각시탈 아씨가 가지산에서 산 것이라며 준

잡꿀을 뜸북 접시에 담아 딸기에 묻혔더니

맛은 달콤한데 느낌이 참 묘했다.

아........................광고쟁이들이 이걸 노린거구나

저 넘들은 이 달콤함이 아니라  그 달콤함을 연상하도록

일부러 꿀을 듬뿍 찍었는가베 ........하고 생각하니

괜스리 꿀을 너무 많이 접시에 담은게 후회가 되었다.

 

 

 

암튼 비는 종일 내리려나본데

시집 못간 노처녀는

처마 끝에 떨어지는 저 빗방울을 보며

몬 생각을 할까?

누구처럼 부초전이나 부쳐먹자 할까

아니면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 하루 살아요 한 안 이숙 선생처럼

모든걸 신의 섭리에 맡길까 .

사람은 저마다 다 고(苦)가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