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괜히 방해했나 보네

커피앤레인 2009. 3. 20. 12:11

 

2009/3/20

괜히 방해했나 보네

 

 

 

 

 

하루종일 비가 내리더니

저녁무렵엔 안개가 자욱했다.

백목련이 허들스럽게 늘어진

공원길을 오랜만에 상념에 젖은체 걸으니

예전에도 이 길을 걸었고 현재도 이 길을 걸었지만

인생의 길은 참 아리송하기만했다.

 

큰소리 뻥뻥치던 오사장은 일할 마음이 별로 없는지

며칠째 연락이 두절되었다.

문디 자슥아이가

사내자슥이 하면 한다 안하면 안한다해야지

,,,,,,,,,,,,,,,,,,,,,,,,아무 연락도 안하다니 .

 

과일 장사 아짐씨가 느닷없이 휴대폰을 때렸다.

-뭐하능교...................

-와

-딸기 좀 사이소

-딸기 ?

-장사가 너무 안되네요

-비가와서 그렇나

-세박스에 10,000원에 드릴께 한박스 들여놓으소

-알았다.

 

 

토담집 영희한테서 전화가 왔다.

-낸데요?

-응

-저번에 사람하나 구해달라고했죠

-응

좋은 사람있는데 우짜까요

-그래?그럼 함 보내봐라

누군데

-친구

-아 그럼

낼 주인에게 소개 함 볼게

 

 

영희는 내가 단골로 가는 식당집 주인이었다.

울 삼실 아래층 커피숍 최마담이 어느날 이 넘보고 그많은 팬들중에

주방에 일할 아짐씨 하나 소개해달라고 하여

일단 내가 알아볼게 ................하고

영희한테 말했더니 저거 친구가 내할게 하고 손을 번쩍 들었나보다.

 

(이 어려운 시기에 집에서 놀게 아니라

어디 돈벌때 없나 하고

혼자 끙끙 앓는 아짐씨 하나구해줘야겠다고 

밥을 먹으면서 영희한테 말했더니 이제사 연락이 됐나보다)

 

 

 

(암튼 어려울 때는 서로 도우는게 인간이 할 도리라고

내딴엔 착한 일 한답시고 한건데

그라믄 언 뇬이 또 그라겠제

도대체 하는 일이 몬교하고,,,,,,,,,,,,,,,,,,,,)

 

 

그렇던지 저렇던지 간에  

공원길은 무척 호젓했다.

안개가 자욱낀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데 

누군가 화들짝 놀란듯 갑자기 일어섰다.

보아하니 둘이서 열렬히 키쓰를 하다 발자국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모양이었다.

아이고,괜히 방해했나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