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미완성 교향곡

커피앤레인 2009. 5. 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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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5/15

미완성 교향곡

 

 

 

 

슈베르트는 생전에 별로 성공운이 없었던가보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절묘하게 서반부를 이끄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 8번은

처음부터 그의 운명을 예고하듯이 바이얼린의 섬세한 떨림과 함께

끝내 2악장으로 마감을 하고 말았다.

겨울 나그네로 더 알려진 슈베르트는

 31세에 요절했지만

 미완성 교향곡이 초연된건 그가 죽은지 37년 후라고 하였으니

 역시 예술가는

흔적으로나마 자기를 알리는가 보다.

 

 

 

한데 촌 넘은 요새 또 심심한 모양인지

저녁늦게 행님 오덴교하고 전화를 때렸다.

-오데긴 오데라 삼실이지

-아이고 마,,,,, 맨날 삼실에서 모하능교

알낳는교

-알은 ?

 이젠 힘이 없어 알도 못낳는다

그너저나 니는 오데고

-내야 화명동 울집 앞이죠

-요새는 음악안듣나

-음악을 안들으면 몬 낙으로 사능교

-하긴 니 넘 주제에 그것까지 안들으면

몬 교양이 생기겠노

요즘 아이들 말따나 니가 비쥬얼이 되나 목소리가 되나

-앗따마 ,,,,,,,,,,,,,행님도

내 만큼만 클라식 좋아라해보소 나라가 다 조용할낀데

-근데 연주회는 자주가나 ?

-연주회를 모하러가능교

이 바쁜 세상에 .................. CD로  들으면 되지

-알았다 마 들어가거라

 

 

(미친넘 아이가)

,,,,,,,,,,,,,,,,해사면서 내혼자 씨부렁 씨부렁 거리다가

다시 펜을 잡고 스케취를 하려는데 몇몇 군상들이 또 몰려온 모양이었다.

이내 노래 소리가 들리더니 박수소리가 요란했다.

하도 씨끄러버서 몬 일이고 하고

엉덩이가 몇번이나 들썩 들썩했지만 애써 참고

이 벽은 어떻게 하지?

그러면 천장은 블루로 갈까 ? 

 하긴 조명은 아무래도 간접조명 위주로 가는게 품위도있고 판타지 할꺼야 해사면서  지혼자 온갖 상상을 다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우쌍................하고

오사까 아짐씨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아이고 저 아짐씨는 와 저라노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더니 방금 참외를 한다라이 샀다며 기어이 내려오라고했다.

 

 

아이고 이게 몬 일이여  .......................?하고 냉큼 2개를 받아 돌아오니

초량 할매한테서

느닷없이 또 전화가 걸려왔다.

집은 우얄꺼여?............................하며

 특유의 전라도 말투로 다짜고짜로 캐물었다.

우야긴 우예요  빨리 고쳐야지 .........................

어서 싸게 싸게 고쳐

다 고쳐놓으면 서로 전세들 들어올려고 야단일텐데

참말로 모하는지 모르겠네 ............하며 할매가 더 혀를 껄껄 찼다.

그러게 말이여.... 이 넘의 오까네가 오데 다 가있는지

나도 봉화마을에 가서 내버린 시계나 줏어올까

아무리 중고라도 5천만원은 안주겠나 .................

그나저나 다니다가 혹시  돈많고 명짧은 과부 있으면  나 하나 소개 해줘요

아직도 몸은 싱싱하니까... 했더니

- 그런 소리마.............그런 소리들으면 징그러버 ...............하곤 전화를 팽 끊어버렸다.

(하긴 할매한테 싱싱하다고 말해봐야 몬 소용이 있겠노..................)

 

 

해서 다시  마음을 잡고 디자인을 할려는데

언 뇬이 메일을 띄웠는지 또 삐리릭했다.

아이고 오늘은 진짜 여러가지 하네여 .....................

 

하곤 일단  커피를 한잔 마신다음

천천히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하루종일 빈둥빈둥 놀면서 머리 속으로만 담아두었던

것들을 하나 둘 꺼내어 스케취북에 옮겼더니  

내가봐도 샵이 제법 귀티가 나고 예전보다 엄청 세련되어 보였다.

해서 다 꾸며놓으면 돈은 좀 벌어주겠네 .....................................하고

온갖 상상의 날개를 다 펴고 있는데

입구계단이 아무래도 눈에 자꾸 거슬렸다.

해서 거기까지 성형을 해줄려니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갈 것 같고

안하고 그냥 넘어갈려니 속살은 이쁜데 겉모양이 초라해서

퇴짜 맞은 노처녀 같아

일단 오늘은 요기 까지 .................................하고 펜을 놓았는데

 

 

그나저나 지금 몇시고?하고 돌아보았더니

아이고 벌써 이렇게 되었나 ?

2시가 훨 넘었잖아 ....................................

역시 난 올빼미 체질인갑다.

낮엔 빈둥빈둥 놀고 밤엔 날 새는줄도 모르고 이러고 있으니..................

(그래도 누구처럼 마누라 눈 속이고 술 먹는 것 보다는 훨 낫겠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