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아 경복궁

커피앤레인 2009. 5. 22. 09:17

 

 

 

서혜연作

39926

2009/5/20

아 경복궁

 

 

 

보젤리아 호텔은 보기보다 깔금했다.

더우기 값이 저렴해서 하루밤을 묵기엔 안성마춤이었다.

비내리는 서울은 고궁이 제격이었다.

경복궁 홍례문을 지나니 영제교가 제일먼저 눈에 띄었는데 1395년에 창건한 조선 왕조 제일의 법궁(임금이 사는 궁궐) 답게 좌우에 늘어선 행각이 사람의 마음을 끌었지만 영제교 좌우로 펼쳐진 복숭아 나무는 아무리 생각해도 

 600여년의 역사를 말하기엔 너무 왜소하고 초라했다.

더우기 다듬는 손길이 잘 미치지 않는지 나무들이 제멋대로 자라 역시 서울은

덩치만 그럴싸했지 디테일한 부분은 영 시언찮다는걸 지울수 없었는데

하긴 겉멋만 따라가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보니

그 나무 꼬라지나 오늘의 서울 꼬라지나 그게 그거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그 복숭아 나무만은 영 아니올씨다였다.

 

 

하지만 시선을 돌려 우리의 궁궐을 둘러보니

역시 우리건축의 멋은 무척 섬세하고 아름답고 정교했다.

여기저기 장인의 손길들이 느껴졌고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묻어났다.

물론 모든것이 복원된 것이었지만

그래도 후원에 세워둔 굴뚝이 그랬고 사방을 빙 둘러싼 담벼락이 그랬다.

근정전과 강녕전과 교태전을 둘러보면서도  언제가 들렸던  북경의

자금성과 이화원이 기억났는데

물론 그들의 건축양식과 우리의 건축양식이 비슷하면서도

서로 전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지만

일단 지붕에 얹은 기와부터가 확연하게 너무 달랐다.

중국기와는 손바닥만큼 작고 붉은 유약이 발라져 있은 반면 .

우리전통기와는 크고 자연 그대로의 검은 색을 유지했다.

문양도 중국 것은 대체로 화려하고 요란한 반면에

 우린 뭔가 모르게 꼭 필요한 것외엔

다 내다버린 절제미가 상당히 탁월했다.

해서 그런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것을 멋으로 알았던

 우리네 심성과도 너무 잘 어울렸는데

 

 

그에 비하면 일본은 정교하면서도 너무 단순했다.

때문에

때로는 기계적이라 할만큼 너무 기하학적이라  빨리 싫증도 났지만

굳이 세 나라의 건축양식을 비교한다면   

중국의 경극과 일본의 가부끼와 우리의 광대놀음이 다르듯이

세 나라의 건축양식도 그와 비슷한 맥락을 띄고 있었다.

 

 

하지만 일은 일이니까

다시 우산을 들고 논현동 가구거리를 지나 자재시장을 한번 훑어봤더니

자재 값이 영 장난이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타일이 눈에 띄어 표면을 어루만져보았더니

600*900크기의  타일 한장  값이 무려 2,500,000원 이라고 했다.

이태리 디자이너 누구누구의 작품이라고 했는데 ......................타일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값이 고가고

작품이라고 부르기엔 진열된 곳이 너무  초라했다.

 

 

해서 내친김에 모퉁이를 돌아 원하는 문양의 벽지를 보러갔더니  

불과 한평 반밖에  감겨있지 않은데도

1롤에 300,000만원이라고 했다.

아니 한평 반에 벽지 값이 300,000원 이라고?

하긴 일반벽지가 보통 1평에 5000원에서 10,000원이니까

30배 내지는 60배의 가격이라는건데  ..................

어딘가 꼭 필요하면 300,000원이 아니라 3,000,000원인들 

왜 못쓰겠냐마는 그래도 그렇지

저건 도배가 아니라 아예 돈을 바르는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물론

타일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보통  타일  한평에 20,000원에서 25,000원이면 살 수 있는데

굳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이거 괜찮네 하는 타일은

1평에 250,000원에서 300,000원정도 호가했다.

해서  이 넘의 눈을 원망해야하는지

아니면 돈을 원망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가 울 큰 넘이 한  말이 기억이 났다.

-아부지

아부지가 이쁜 여자를 좋아해서

저도 이쁜 여친을 낚았어요 하고 ............................ 자랑 아닌 자랑을 해서 

 겉으론 그래 ? 언제 함 델고온나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절마가 뭘 몰라도 진짜 뭘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긴 지애비가 평소 교육을 잘못시켰던지 안시킨 죄 이겠지만)

 

 

원래 독극물도 잘 쓰면 약이듯이

여자도 여자 나름인데

 어느  여자인들  

지 잘 안 난  여자없고  이쁜 구석 없는 여자 없듯이

모든게 지 하기 나름인데 근데 울아들은 우째서 저렇게 생각했을까 ....

 

 

이 넘이 이쁜 걸 고르는건

뭐든지 지하고 맞아야 이쁘다는 주의인데  

절마는 설마

얼굴만 이쁘다고 모든게 이쁜줄 잘못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겠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