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저기 사람들이 가네

커피앤레인 2009. 5. 23. 15:48

2009/5/23

 

39927

 

저 밑에 사람들이 지나가네

-노무현 전대통령의 명복을 빌며 -

 

 

 

구름이었고 바람이었고

끝내 한줄기 소낙비 처럼  

바위 틈에 떨어진 산벚꽃이 되어

철없던 시절 초동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았던 옛동네를 굽어보며

못다 이룬 한을 남기시려

그렇게 산이 좋아 산이 되었는가

 

 

평양은 260여 km 부산은 470여 km 목포는 420여 km인데

밤새 기차는 서울 역에서

여전히 아래로 아래로만 내달렸지만

불면의 밤을 끝내 버리지 못한 외로움에

힘들었다 / 원망하지마라

새벽안개 자욱한 한림정 들판너머

열반으로 가는 길목은 그렇게 좁고 좁아

산메아리가 되었나보다

 

 

휴일아침 단잠에 취한 사람들이

 그제사 부시시 잠을 깬 봉화마을

 정적을 깨우듯이 

자네 담배 있는가 / 저 밑에 사람들이 지나가네 

끝내 홀로 가는 외로움이었을까 

 길을 따라  길게 뻗은 한림정 역이

 오늘따라 더 멀어만보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