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많을 수록 좋단다

커피앤레인 2009. 11. 6. 17:59

 

 유선경作

 

39998

 

2009/11/6

많을수록 좋단다 

 

 

늦가을 텍사스골목은 조금 스산했다.

고기가 잘 안잡히는지 러시아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않았다.

갈리아는 여전히 그 풍만한 몸매를 이리 비춰보고 저리 비춰보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오빠

갈리아는 40이 훨넘었지만 한국이 여전히 좋은가보다.

이젠 한국말도 꽤나 능숙했다.

간혹 이국적인 맛이 그리울땐 이 넘은 몇몇 지인들과 함께

이곳에 들렸는데 오늘따라 손님이 없는지 반색을 했다.

라라는 모스코바에서 새로 왔다고 했다.

백러시아 계통 오리지날 미인인지 꽤나 이뻤다.

마담은 얘는 진짜야하며 러시아도 아이노꾸가 많다고 했다.

아이노꾸는 주로 혼혈아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었다.

어차피 맥주 한두잔 마시고 갈건데 ..........................진짜면 어떻고

가짜면 어떨까마는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고

미인이 있으니 왠지 기분이 좋은지 다들 한마듸씩 더 말을 건네려고 했다.

라라는 아직 한국어가 서툴었다.

해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했는데

같은 맥주라도 영어를 씨부렁거리면서 마시니

한결 분위기가 업되었나보다.

3병만 먹고가자던 넘들이 15병을 비우고서야 겨우 자리를 떴다.

 

 

한데 같이 따라온 뇨자가 배가 고프다며

차이나거리에 왔으니 만두라도 먹고 가자고 남자의 팔소매를 끌어당겼다.

-행님 만두 좀 먹고 갑시더

-아니 지금이 몇신데 .................

하지만 뇨자가 배고프다하니 그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여길 데리고 온 넘도 이 넘이니

이제와서 나 혼자 집에 갈란다 할 수도 없고 해서 중국집에 들어갔더니

중국애들이 네댓명 둘러앉아 큰 상을 차려놓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니 하오마

-하오 하오

-워먼 상 츠 찐만두

-알았습니다 술은 ....................

-중국소주 56도짜리 있죠

-아 네네

남잔 산동성 출신이라고 했다.

하지만 태어난 곳은 한국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어가 아주 능숙했다.

해서 술이 취한김에 한국말 중국말을 두루 섞어서 얘길했더니

중국집 주인이 발음을 여러번 교정해주었다.

-행님은 도대체 오데 나라사람이요

-와

-러시아 뇨자 만났을땐 영어랑 러시아어랑 하더니

여기오니 또 중국말을 하고

-그게 다 그런거다.

원래 서당개 삼년에 풍월읊는다고  .........................

심심삼아 책을 봤더니 잘은 못해도 안주감 정도는 되네

모가 잘못되었나

-언지요 나도 영어라면 좀 할줄 아는데

행님은 나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아서리

-배워서 오데 남주나

이런데 와서라도 한자한자 배우면 언젠가는 살이 되고 피가  되겠지

-아따마 뇨자 꼬실려고 배운건 아니지요  

-문디자슥아이가

개 눈에는 떵만 보인다더니 니 넘은 우찌 말만하면 뇨자고

뇨잔 있는듯 없는듯 하는게 젤 좋은거다

너무 가까워도 골 아프고 너무 멀어도 골 아프다 안하더나

그리고 진짜 좋아하는 뇨잔 딱 하나만 있으면 되지 많다고 좋나

-아이고 참말로 존경스럽심더

난 많으면 많을수록 좋던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