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심은대로 거두리라

커피앤레인 2010. 1. 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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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5

심은대로 거두리라

 

 

 

남자가 아이 낳는 이야기 하는건 좀 웃기는 이야기일게다.

하지만 남자도 아이에 대하여 일정부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아내가 갖은 여러가지 심적 부담을 이해하는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우린 정상적인 분만으론 아이를 낳을 수 없었기 때문에

부득불 제왕절개 수술을 선택했는데

제왕절개 수술은 두번 이상 하기는 곤란하다고 하였다.

 

특히 수술중 몬 사고라도 있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사전에 각서도 쓰고 도장도 찍으라고 하였다.

아낸 새벽녘 부터 산기가 있다고 얼른 병원으로 가자고 하였는데

막상 병원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다 되도록 아이가 나오질 않았다.

 

해산이 점점 더디자 아내도 고생이고 의사들도 고생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원장은 더 이상 기다리는건 무리라고 설명하였다.

만에 하나 한밤중에 수술을 한다면 뜻밖에 손이 모자랄 수 있다며

결단을 내리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남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해서 도장을 찍고 모든걸 하늘에 맡겼지만 썩 그렇게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내가 실없이 고생하는 것 보다는 그게 백번 낫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는데 수술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아이와 아내가  모두 건강한게 무엇보다 기뻤다.

 

 

둘째도 그와 똑 같은 과정을 거쳐 이 세상에 나왔지만 두번째 수술이라 그런지

첫번째 보다는 더 오래 걸린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도 그때 의사의 말을 듣고  재빨리 수술을 한게 참 잘한 것 같았는데

이젠 둘 다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인생을 배우고 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한번도 밉거나 싫거나 화를 나게 하거나 마음 졸이지 않고 

잘 큰게 무엇보다 감사했다.

 

 

한데 큰 넘은 밤새 내가 안고 잔 일이 많아서 그런지 

유달스리 정이 많이 갔는데 내가 아이를 안고 잘 때는 

아이가 아플 때나 아내가 피곤할 때 였다.

큰 넘은 신기하리만치 아플 때 마다 아빠 기도해줘요 ................하고 

내 품에 안겨 잠을 잤는데

낮에 일을 하고 밤에 들어와 잠을 자야하는데도 

아이가 아프니 그럴 수가 없다보니 나도 모르게 깜박깜박 잠이 들었다.

 

 

비록 아이가 아프다 하나 한밤중이라 병원에 갈 수도 없고

해서

날이 새면 낼 병원에 가자하고

품에 안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깜박 깜박 잠이 들었는지

아이는 순간 순간 아빠 기도해줘요하고 보챘다.

그럴 때 마다 깜작놀라 아이의 이마를 짚어보면 열이 여전히 펄펄하였는데

아인 거의 한시간 간격으로 아빠 기도 해줘요 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한게 그 고사리 같은게 뭘 안다고 기도 해달라고 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않되었다.

 

 

암튼 감사한 것은 기도하고 나면 아이가 잠시 잠깐

마음이 놓이는지 잠을 잤는데 놀라운 것은 새벽이 되자

밤새 그 높은 열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리고

아인 세상모르게 잠을 자고 있었다.

이젠 그도 장가를 가야 할 나이가 다 되었지만  

그나마 어디를 가더라도 가정교육이 참 잘되었다고 칭찬을 듣는다고 하니

새삼스럽게 내가 가정교육을 한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것도 참 신기했다.

 

 

오로지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냥 자유스럽게 크도록 내버려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없는데

아마도 교회를 오가며 알게 모르게 배운게

아이를 반듯하게 기른 모양이었다.

예수님이 그랬던가 너희들이 자는 동안에 곡식이 자랐다고 ................

 

 

 

암튼 기도도 애를 낳는 것과 거의 비슷했다.

여자가 애를 낳을 때 참 고통스럽듯이 기도도 때론 참 고통스러웠다.

작정기도를 하면 새벽녘에 일어난다는게 얼마나 힘이드는지 ...................

30일 까지는 멀쩡하다가 나머지 10일동안은 마치 방바닥에 귀신이라도 붙어 있는 것 처럼 그렇게 일어나기가 싫었다.

하지만 그게 시험이었다.

그걸 박차고 일어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었는데

이 세상은 무슨 일이던지 심지않고 거두는 일은 없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