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혜연 여류화가의 작품입니다
2010/3/4
모하면 젤 잼있을까
비가 오는 날이면
외할머니 초가집 처마가 유달스리 생각이 났다.
한방울 두방울을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면서
넓게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노라면
굳이 무심(無心)이 따로 필요 없었는데 ........................
비 오는 날 스님은 도대체 뭔 재미로 살까 하고
때론 엉뚱한 생각을 하곤 했지만
그것도 잠깐
호박죽 끓이는 냄새가 나던지
닭을 삶는 냄새가 나면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이종사촌 누나와 조근조근 얘기를 하며
군 밤 얻어 먹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그런 철부지 때의 추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건지
지금도 군 밤 굽는 화덕을 보면 옛 생각에 젖어
잠시 길을 머물곤 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군밤 굽는 할매도 나오지 않았다.
(맨날 멋쟁이 우리 사장님하고 궁뎅이를 툭툭쳤는데 ....)
해서
목욕이나 할까하고 단골 목욕탕에 들렸더니
몇 넘이 거시기를 축 내려놓은체 허이야고 자고 있었다.
아마도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잠시 들린김에
벌거벗고 낮잠을 자나본데
이왕이면 휴게실에서
맘 놓고 자지 ........................왜 여기서 자노 하고
누군가 씨부렁 거렸지만
진짜 잠은 요런게 제맛이었다.
몇분간 살짝 ........................자고 나면
기분이 개운했는데 ...
그나저나
목욕탕 저 인간은 요즘 마눌이 금족령을 내렸나
와 얼굴이 저렇지
하긴 며칠전에도 누군가
마눌하고 요즈음 사이가 않좋다며
혼자서 빨래하고 세탁하고 다 한다고 떠들어대었는데
나이가 들면 부부관계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사는 재미도 그렇고 그런가 본데
이런 날 모하면 정말 잼있을까?
'아침에 쓰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에 쓰는 일기 /니 돈 주면 모할래 (0) | 2010.03.06 |
---|---|
아침에 쓰는 일기 /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0) | 2010.03.05 |
아침에 쓰는 일기 /어디로 가란말이고 (0) | 2010.03.03 |
아침에 쓰는 일기 / 몬 꿈이 그리요란하노 (0) | 2010.03.02 |
아침에 쓰는 일기 / 네 믿은대로 될지어다 (0) | 2010.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