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3/8
낼 또 오이소이
노아는 방주를 지을 때 창을 하늘로만 향하게 하였다고 하였다.
왜 그랬을까?
세상을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만 쳐다보라고 그랬을까.
하긴 내가 하나님이라도 그렇게 하라고 말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4개의 창을 모두 열었다.
그 가운데 제일 먼저
하늘의 창부터 열었다.
그런다음 컴퓨터의 창을 열었다.
하늘의 창은 하나님과 나만의 소통의 창이기 때문에
간단하지만 할 말이 상당히 정제된 그런 창이었다.
하나님은 구질구질한 말은 참 싫어했다.
두번째 창은 세상의 창인데
인터넷을 열고 그날에 올라온 뉴스를 대충 훑은 다음
메일을 챙기고 그리고 블로그에 들어와 전날에 있었던 일들을
이것저것 챙겨보고
내 생각대로 때로는 남 생각대로 이런 저런 글을 올리곤
창을 닫았는데
하지만 세번째 창은 염려의 창이었다.
오늘 할 일은 뭐지 ? 보내줘야 할 건 없나 ?
쌀독의 쌀은 아직도 남아 있나 ? 휴대폰 값은 얼마나 밀렸지 ?
목욕탕은 가 ? 안가?
밥은 몇시에 먹지 ? 혹시 누구와 약속을 한건 없나하고
아주 시시콜콜한 것들이
이 창을 통하여 제다 들어왔는데 ..................
사람들은 이걸 스케쥴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네번째 창은 늘 저녁에만 열어두었다.
시시콜콜한 일이라도 일이랍시고
끝나고 나면 제법 배가 후줄근했다.
해서 밥을 먹을것인지
술을 먹을 것인지 잠시 머뭇머뭇했는데
두 넘은 희안하게도 서로 궁합이 잘 안맞는지 늘상 싸웠다.
하긴 어떤 날은
반주 삼아 쇠주 한잔을 걸치면
그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었지만
어느 날은 배가 너무 불러서 이게 술 맛인지 밥 맛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모든게 심드렁하다보니 괜히 밥 부터 먹었다고
지랄지랄을 했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좀상들의 한계였다.
욕망에 눈이 멀면 드럼통 같은 아짐씨 배도 이뻐보이지만
그게 끝나면 내가 우짜다가 저 여자의 배를 보았지 하고
후회하듯이 때론 술도 밥도 그와 비슷했다.
해서 술을 맛있게 마실려면
배를 조금 비워둬야 제 맛인데
울 마눌같이 술을 못먹는 사람들은 술집엔 왜 가노하고
무슨 괴물 보듯이 물었지만
술집엔 얼마나 재미있는 소설 줄거리들이 많은지
그들은 알지 못했다.
술이란 자고로 안주가 있어야 제 맛인데
언 넘은 지 마누라 내팽개치고 도망가더니
노숙자가 되었느니
언 뇨자는 한평생 부둣가에 앉아서
돌아오지 않은 옛님을 그리다 끝내 굶어 죽었다느니
언 넘은 방송국 절마들 또라이 아이가 해사키도 하고
언 넘은 지가 마치 본 것처럼
일본에서 계은숙이가 어떻느니 김연자가 어떻느니 해사면서
온갖 뉴스를 다 끌어 모아다가 한바탕 씨부렁거리다가
야야 그거 다 아는 이야기 모할려고 하노 ...................하고
핀잔을 들었는데 ...................
잼있는건
자식은 지자식이 좋고
뇨자는 남의 뇨자가 좋다했듯이
괜한 사람 올려놓고
오징어 씹듯이 그렇게 실컷 씹으면서
우짜다가 이쁜 거라도 하나 들어오면 이거 왠 횡재 .........................해사면서
침을 질질 흘렸는데
태진아 말마따나
사랑은 아무나 하나
눈이라도 마주쳐야 몬일이 일어나도 일어날낀데 .............그게 말처럼
그리 쉬우면 누가 사랑안할끼고
해서 주모는 그 재미에도 입이 헤벌려져
낼 또 오이소이 하고 술값을 챙겼는데 ..........
암튼 이 네개의 창이 다 닫혀야 그날 하루가 다 갔다.
그게 우리 좀상들의 일상이었다. 그러다 때가 되면 다 유세차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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